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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오션 Mar 30. 2019

나는 백수다 하지만 딴짓하다 퇴사하기를 잘했다!


 나는 백수다. 부모님에게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말씀드린 이후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계신다. 대기업에 입사를 했을 때는 나름 자랑거리로 생각하셨는지 나보다 회사에 대한 관심을 더 보이셨고 뉴스와 신문기사를 챙겨보시면서 회사의 이슈들에 관한 얘기를 먼저 물어보곤 하셨다. 그런 부모님께서는 안부를 묻고자 전화를 하시고는 꼭 확인을 하셨다.  "아직 회사지?" 

퇴근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 전화를 하셔도 회사냐고 물어보셨다. 그도 그럴 것이 전화하실 때마다 회사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백화점이 일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직업 특성상 평일과 주말이 따로 없었고 낮과 밤이 따로 없었기에 항상 같은 안부 질문에 같은 답변을 했었던 것 같다. "아직 회사지?" , " 아직 회사야  지금 바쁜데 이따 전화드릴게요"  그 후로도 몇 차례 업무가 바뀌기도 하고 이직을 하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질문과 내 답변은 달라질 게 없었다. 회사를 바꿔도 야근을 하야했고 업무에 찌들어 쫓기는 듯한 생활은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화를 하셔서 물어보신다. " 지금 어디니?"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말씀을 드렸을 때는 창업을 하게 되었고 직장생활과 병행하기에는 버거워져서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부모님에게는 내 일을 시작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1인 창업/창직자의 길이 불확실하기도 하고 사업을 한다 하면 걱정을 하시기에도 그랬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다가 실패하셨고 그것이 녹녹치 않은 가정 형편을 경험하게 해서 적어도 사업을 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은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아무런 문제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착한 자식으로 살아오다가 비밀리에 창업을 하게 되었고 백수라고 떠들고 다니는 나쁜 자식이 되었다. 나는 1인기업가이지만 부모님에게는 걱정스러운 백수다.               


1인기업가이지만 부모님에게는 걱정스러운 백수이다


 나는 이기적인 자식이다. 부모님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순간부터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25년 동안 부모님과는 떨어져 살았다 시험 준비하느라 바빠서, 취업 준비하느라 바빠서, 회사일에 바빠서,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마냥 바빠서.. 25년 동안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던 게 손에 꼽을 만했고 전화를 먼저 드렸던 것 역시 몇 번 되지 않았다. 늘 먼저 전화하셔서 자식의 안부를 물으셨고 물음에 대한 내 답변은  "지금 바쁜데 다시 전화할게요!"이 말이었다.


저녁 업무 미팅을 겸하는 술자리가 있어  한참 동안 얘기가 고조되고 있었는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받을 수 없었고 얘기를 마무리하고 다시 전화드리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바로 문자가 왔다. "엄마한테 전화 좀 해!" 평생 큰소리 한번 안내 시는 분이셨는데 명령조로 말씀하시는 것에 놀라서 어머니 아닌 아버지한테 전화를 드렸다. 좋지 않은 일이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엄마 아프다.  전화 좀 해" 술을 잘 드시지도 않으시는 분이 목소리조차 낯설게 들릴 정도로 취하셔서 하시는 짧은 몇 마디 말,  오른쪽 다리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신다 급성 마비 증세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도 마비되어버렸다. 


아빠도 아버지의 아들이고 엄마도 어머니의 딸이다

 

 아빠도 아버지의 아들이고 엄마도 어머니의 딸이다.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서는 내 아이만을 바라보게 된다. 어디 아플까 봐 혹여 다칠까 봐 조심조심 촉각을 세우다가 정작 아프기라도 하면 비상사태다 내 아이의 아픔은 곧 아빠와 엄마의 아픔이니깐.  아버지 어머니도 그러셨을 것이다. 25년간 전화하셔서 물어보셨던 "아직 회사지?"라는 말은 혹여 야근에 회사일에 힘들어하고 아플까 봐 걱정하시는 아빠 엄마의 그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마비기 풀리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자식을 보듯 부모를 바라보니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같이 보낼 날이 얼마나 될지도 모른다. 오붓하게 셋이서 여행을 떠나자 봄날의 꽃도 함께 보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 온천에서 목욕도 하고 그렇게 우리만의 준비를 하고는 예정되어있는 업무미팅 일정을 모두 지워버렸다. 더 중요한것은 우리의 여행이다. 



딴짓을 하기를 잘했다.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하기를 잘했다. 다시 착한 자식이 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다니던 대기업보다 더 큰 회사에 취업을 했으니 더 이상 백수가 아니라고 지금 어디냐고 물어보지 않으셔도 된다고 급여도 기존 연봉보다 몇 배 높고 시간도 자유로워 더 이상 야근도 할 필요 없다고 말이다.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기키위해서라도 내 회사를 대기업으로 성장시켜야한다. 이제는 부모님과 같이 하고 싶을 때 어떤 곳이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직장에 있었으면 나쁜 자식이었겠지만 딴짓하다 퇴사하고나니 다시 착한 자식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딴짓하다 퇴사하고나니 다시 착한 자식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딴짓을 사랑하는 사람 셋이 우연히 만났어요. 우리는 직장인, 창업자, 프리랜서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죠. 다른 삶을 서로 살았지만, 세 사람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딴짓 모의' 궁금하지 않으세요? 딴짓의 정석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한 번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딴짓이 궁금한 분들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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