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사람은 신비감을 준다. 향년 26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 문인 이상. 그의 삶은 왜 이리도 서두르게 마감되었을까. 삶의 이질감을 너무 일찍 알았을까. 평범한 연장선과 같은 삶이 그에겐 너무 버거웠나 보다.
그가 소설에서 적어낸 문장들. 예컨대 날개가 다시 솟구치길 고대하는 장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등을 처음 읽었을 때 내겐 가히 충격이었다. 다만 이젠 시간이 흘러 덤덤해진 나는 그의 글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도식과 문법을 파괴한 그의 실험적인 글에서 나는 진정성을 느낀다. 그의 실험에는 부조리한 세계를 극복하기 위한 형식파괴가 있다. 울음과 호소가 있다. 다분히 퇴폐적이고, 다분히 무의미하지만 역설적으로 희망이 있다.
이상에게 날개가 돋았다. 그 날개 이후의 연장선은 비참한 추락인가, 주체적 비행인가. 나는 후자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