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받은 날 그 남자와 헤어졌다.

비혼 주의 이야기

by 왼손잡이앤

그 남자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7시까지 오라고 했다.

평소에 입지 않는 정장을 쫙 빼입고 나왔던 그 남자

내가 1년째 만나고 있는 남자였다.


우리는 맛있는 코스요리를 먹고서 달콤한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쭈뼛쭈뼛 주머니에서 뭔가를 조심스럽게 꺼내던 그는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입을 열었다.


"영아 나랑 결혼해줄래? 이 오빠가 행복하게 해 줄게."


나의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졌다.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 사람이랑도 끝이구나' 하는 마음에 슬픔의 눈물이 주체 없이 흘러내렸다.


소개팅 첫날부터 분명히 비혼 주의자라도 괜찮냐고 물었고

그도 동의해서 우린 그렇게 설렘 가득 안고서 연애를 시작했었다.


맞다.

나는 비혼 주의자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불합리적이고 이런 걸 따지려는 게 아니었다.

모태솔로라서 사랑하는 누군가를 못 만나서도 아니었다.

사랑의 상처가 심해서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고 연애는 했지만 결혼은 다르게 다가왔다.

연애는 솜사탕 같지만 결혼은 물을 가득 먹은 솜뭉치처럼 무겁게 나에게 다가왔다.


결혼이 주는 안정감이나 편안함 같은 걸 믿지 못했고

이미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같이 푸념만 들어본 나는 점점 비혼 주의로 가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언니조차 예민한 조카 덕에 3년 내내 통잠 한번 못 자면서 육아를 하는 모습 또한

나의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그저 결혼이라는 걸 하고 싶지 않았다.

가볍게 연애만 하면서 나의 시간을 오로지 나에게만 쓰고 싶은 한마디로 나는 욕심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