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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왼손잡이앤 Feb 09. 2022

신혼초, 화장실 가기 전 남편에게 했던 말

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4

한 남자와 같이 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피곤하고 신경 쓰이는 게 많은 뭐랄까?

수능 5가지 과목을 한꺼번에 다 풀어내야 하는 그런 일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결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더욱더 힘들었다. 

거기다가 연애기간이 길지 않았던 터라 특히 방귀를 트거나 트림을 하는 건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화장을 했었다. 

그래서 그 남자는 나의 민낯을 거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큰 볼일(대변)이였다. 

마침 우리의 신혼집은 화장실에 환풍기가 잘 작동되지 않는 그런 집이었다. 

그래서 큰 일을 보고 나면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 거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한 나로서는 화장실을 무척이나 자주 가야 했다.

하지만 아직은 친하지 않은 그 남자에게 나의 그 적나라한 소리와 구수한 향기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내 나름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고민한 결과 좋은 방법이 떠 올랐다. 

그 남자는 콜라 마시는 걸 유난히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오빠, 냉장고에 콜라가 없어요. 앞에 슈퍼에 가서 콜라 좀 사 오세요."

"응? 콜라가 없어? 그럼 안되지." 


이렇게 말하면 그 남자는 바로 옷을 챙겨 입고서 콜라는 사러 갔다. 

그러면 나는 그동안 편안하고 시원하게 나만의 큰 볼일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페브리*같은 걸 뿌리면서 냄새를 없애려고 환기도 시키고 했다. 


한 3개월은 아주 편안한 시간들이였다. 

그 남자는 전혀 눈치를 못 채다가 어느 날 콜라를 한 박스나 사 온 것이다. 

아마도 그도 콜라 사러 나가기 귀찮았나 보다. 


이제 어쩌지? 


나는 또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나는 또 다시 뭔가를 생각해야 했다. 


친구들한테 말하면 

"야!! 뭐라카노 그냥 똥 눠라. 부부 사이에 무신~~~"

이런 타박만 돌아왔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방귀도 트림이고 다 텄다지만 나는 그게 도저히 안되었다. 

나는 머리를 쥐어짜 내면서 묘책을 떠올리려고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나는 그 당시 임신 중이라 뭐가 갑자기 먹고 싶은 게 당연한 시기였다. 

길고 긴 그녀(대장)의 신호가 올 때마다

"오빠~ 저 갑자기 000이  먹고 싶어요."

라면서 말했다. 


역시나 이  방법도 한 3개월은 잘 먹혔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생각대로 잘 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인생은 참으로 야속한 것!!

나의 작전은 시댁에 간 날 모든 것이 들통나고야 말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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