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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왼손잡이앤 Feb 17. 2022

시어머님이 내가 막히게 한 변기를 뚫었다.

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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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주방에서 장렬히 전사한 그 커피포트 사건 때문에 나는 시댁을 한참을 못 갔었다.

다행인 건지 신랑이 주말마다 출근해서 일하는 통에 나름 핑계 아닌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내 배가 점점 불러오던 어느 날, 시댁을 갔다.

오랜만에 와서 긴장도 되고 갑자기 점심으로 먹은 게 소화가 안 되는지 속이 점점 더부룩해졌다.


소리 없는 방귀가 신호를 보낸다. 준비하라고..

"오빠~ 속이 더부룩한데... 콜라는 좀 그렇고 탄산수 좀 사다 줄래요?"

그렇게 신랑을 또 밖으로 내보는 데 성공했다.


시어른 두 분은 tv를 시청하고 계셨기에 나는 마음 편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볼일을 보고 서둘러 나오기 위해 변기 레버를 밑으로 눌렀다.


그런데..... 큰일이다.

아뿔싸!!

변기가 막혀버렸다.


으악!!! 망했다.... ㅠㅠ

어떡하지? 잠깐 정신을 차려야 해!!


고무장갑이 어디 있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없다.

맞다!! 우리 어머님은 고무장갑을 안 쓰시는 분....


그럼 화장실 솔이라도? 으악... 안 보인다.

나의 머릿속은 점점 하얘지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서 화장실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시간이 꽤 지나고 벌써 신랑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00 이는?"

"새 아기? 화장실에 있나?"

신랑이 탄산수를 사 와서 나를 찾았다.


똑똑 , "너 거기 있어?"

"응..."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신랑까지 왔으니 진짜 망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변기를 막히게 한 것을 신랑이 알게 할 수 없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내가 생각해낸 계책은 ...

결국 시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저 어머님 죄송한데... 오빠 좀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응? 무슨 일로?"

"저..... 저.... 사실 변기가 막혀서요.... 근데 오빠가 알까 봐서요.. 제가 오빠 보기 너무 창피해요... 제발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아.... 하하하하하하하!!! 그래."


시어머님이 신랑에게 무슨 심부름을 시킨듯했다.

신랑이 엄청 투덜거리면서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시어머님이 문을 두드리신다.

"아가 이제 나오너라. 아버님이 변기 뚫으신대 "

"네.. 아버님이요? 아니요.. 제가 할게요. 그냥 그거 화장실 앞에 놔두고 거실로 가세요."


"새 아가 괜찮다. 임신한 몸으로 힘들다. 그만 나오너라!!"

시아버님의 목소리다.


나는 창피함에 눈물이 왈칵 터져버렸다.

"으앙~~~ 두 분 다 가세요. 저 너무 창피해요. 제가 할 테니 제발 그냥 가세요. 흑흑"

당황하신 시부모님은 나를 달래셨다.

"새아가 , 울지 말고 우리 거실에 가 있으마 울지 마라. 괜찮다."


잠시 후 눈물을 닦으며, 나는 화장실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시어머님이 서 계셨다.

"00아, 배도 부른데 숙이고 그런 거하면 아기한테 안 좋아. 부끄러워 말고 내가 할 테니 얼른 나와라"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몰랐다.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했다.


그렇게 나는 불편하게 안방에 가서 앉아있었다.

잠시 후 어머님이 일을 다 끝내고 들어오셨고 나는 펑펑 울었다.

"어머님 진짜 죄송해요. 그리고 오빠한테는 비밀이에요.

저 너무너무 창피해요."

어머님이 그런 나를 꼭 안아주셨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나는 긴장이 풀렸는지 잠깐 잠이 들었다.

신랑의 전화기 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응? 뭐? 아니야~ 내가 뭐라고 그런 거 아니라고.  나도 몰라!!!  화장실 가기 전에  자꾸 나 보고 뭐 사달라고  하길래 그냥 모른 척하고 나가 주는 거지. 내가 뭐라고 한 줄 아는 거야? 엄마 아들 그런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 알겠어. 알겠다고 잔소리 그만하고 끊어."




시어머님은 신랑이 뭐라고 해서 내가 엄청 창피해한다고 오해하신 모양이다.

우리 신랑은 다 알고 있었구나... 알면서도 속아준 거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창피했다. 그 뒤로도 나는 계속 신랑에게 이것저것을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친구들은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물었지만 나의 마음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내가 참 이해가 안 되고 어이가 없었다.

사람이 먹고 싸고 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도대체 그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창피했던 걸까?


한참이 지난 후 알게 되었다. 시어머님의 마음을....

"우리 아들한테 들키면 창피하다고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이쁘던지..."


주방을 태울 뻔하고 변기를 막히게까지한  내가 뭐 그리 이뻐 보이셨을까?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친구들 이야기나 드라마 보면 이상한 시어머님도 많던데 나는 참 복이 많은가 보다.

그 일에 대해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지만(민망해서..) 글로써 나의 마음을 전해보련다.


"어머님, 그날 너무너무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신랑한테 끝까지 비밀 지켜주신 거 너무 고맙습니다.

저에게 주신 그 따뜻함 항상 잘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해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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