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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왼손잡이앤 Feb 20. 2022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북엇국

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6

정신없는 결혼식과 꿈같은 신혼여행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바로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렇게 나의 결혼 생활도 시작되었다. 

양가집에 인사를 드리고 드디어 우리 집에 온 날!!


설레기도 하고 피곤한 기운에 푹 잠이 들었다. 

아가씨 때는 한 번도 설정한 적이 없는 기상 알람이라는 걸 처음으로 맞추었다. 


긴장한 탓일까? 새벽 6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사실 나는 조금 덜 불안했다. 집에서 설거지만 몇 번 해봤던 터라 과연 내가 요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엄마가 요리 솜씨가 워낙에 좋으셔서 나도 조금을 닮았겠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한몫했었다. 


인터넷을 열어 '북엇국 잘 끓이는 방법'이라고 쳤다. 

역시나 친절한 우리 한국 사람들!! 얼마나 자세히 설명해 되어있던지.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분들께 너무 감사했다. 


레시피에 적힌 대로 재료를 준비하고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북어, 무, 참기름, 대파, 소금, 계란, 고추


1. 북어를 물에 담가 불린다. (이제 무를 썬다)

2. 물을 짜내고 먹기 좋게 찢는다.

3. 참기름을 두르고 북어와 무를 볶아준다. 

4.3번에 북어채 불린 물과 멸치 다시마 육수를 붓고 끓인다.(간을 맞춘다)

5. 끓고 나면 계란을 넣는다.

6. 대파나 고추를 넣어준다.


무를 써는 게 너무 어려워서 30분도 넘게 걸렸다. 

칼질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나? 

한석봉 어머니는 불을 끄고도 떡을 썰었는데 나는 주방 불을 환하게 켜놓고도 참 부끄럽기 짝이 없었지만

새댁이니깐 하는 스스로의 위로를 삼으면 무를 썰고 썰고 썰었다. 


한번 끓여서 2번 먹을 작정으로 4인분을 생각하고 끓이기 시작했다.

근데 끓이면 끓일수록 양이 점점 줄어갔고 결국 북엇국은 4인분으로 시작해서 국그릇에 딱 한 그릇만

담기는 1인분이 되었다. 벌써 시계는 7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뭐 나는 일단 신랑만 먹이면 되니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서 얼른 요리에 집중했다.


잠시 뒤 신랑이 깨어났고 엄청 감동한 표정이었다. 

주방에 서 있는 나를 보자마자 와락 안아주는 그 남자의 손길에서 

아!! 내가 진짜 결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이 준비하는 동안 감자볶음도 하고서 상을 정성껏 차렸다. 


그렇게 난생처음으로 내가 직접 한 밥상이 완성되었다. 


내가 끓인 북엇국

내가 볶음 감자채 볶음

어머님이 주신 깻잎 김치과 배추김치

엄마가 해주신 물김치와 파김치


둘이 나란히 2인용 식탁에 앉으니 참 소꿉놀이 같았다. 


"왜 국이 한 그릇 뿐이야? "

내쪽에 국이 없자 그 남자가 물었다. 


"아!! 4인분으로 시작했는데... 그게 점점 줄여서... 1인분만 남았어요. 전 괜찮으니 오빠만 드세요"

나의 대답에 그의 눈이 똥그랗게 커졌다.


" 응? 하하하하하하하하!!"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그가 내가 끓인 국에 숟가락을 넣고서 입으로 가지고 갔다. 


"어때요? 맛있어요?" 

나는 잔뜩 기대를 하면서 그의 표정을 살폈다. 


"이거 네가 한 거야?"

"네"

"맛은 봤어?"

"그럼요. 맛있던데요."

"아.... 하하하하 그래 맛있네."


그렇게 즐거운 아침 식사가 끝나고 우린 각자 출근 준비를 하는데 그가 나를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인사하면서 내리려는 내 손을 잡았다. 


"00아, 이젠 국은 안 끓여도 돼."

"응? 왜? 나 아침부터 힘들까 봐서? 나 괜찮아. 칼질이 좀 힘들어서 그렇지 다른 것 안 힘들어."

그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의 미각은 둔한 거 같아서"

"응? 그게 무슨 소리예요? 미각이 둔하다니요?"

"너 아침에 국 간은 봤어? "

"응!! 왜 맛이 없었어요?"

"간은 어떻게 했어? "

그 남자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 소금을 넣는다는 게 모르고 설탕을 넣었고 너무 달아서 

다시 소금을 넣었고 또 너무 짜길래 다시 설탕을 넣었고 그러다 다시 소금을 넣었는데....

나는 맛이 괜찮던데 그게 문제였던 걸까? 


그렇게 첫날의 북엇국으로 인해서 그 남자는 내가 한 음식애 대한 기대치가 아예 제로가 된 거 같았다.

계속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내가 요리하는 걸 말렸다. 

처음에는 내가 힘들까 봐서 그런가 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너무 맛이 없었던 거다. 그런데 차마 내가 상처받을까 직접 말은 못 하고

임신도 했으니 요리는 자기가 해준다는 핑계로 인해서 그렇게 고군분투 중이었다. 



출산하기 직전까지 그 남자가 해주었던 요리들~ 

진짜 놀랍게도 얼마나 맛이 좋은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첫째 출산 전까지 그 남자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들은 아주 잘도 얻어먹었다.


"오빠~ 진짜 ~ 맛있어!! 최고야~~ "

빈말이 아닌 나의 진심이었다. 


그 남자는 나와의 결혼으로 인해서 숨은 재능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고 했다. 

바로 요리였다. 짜장면을 집에서 만들어 주던 날 얼마나 놀랬던가?

그 남자는 먹는데 진심인 사람이었다. 






우연히 후배와의 전화통화에서 알게 되었다. 


"응? 결혼하니깐 좋으냐고? 좋지? 요리도 내가 직접 다하고... 응? 왜 그렇냐고? 

너희 형수님이 요리실력이 완전 꽝이시네요. 라면 한번 내손으로 안 끓여봤던 내가

주방에서 요리를 다 하고 믿어지나? 진짜야 자식아~ 그래그래 대구 오면 술 한잔 하자."


그런 거였구나... ㅠㅠ 

그래도 끝까지 나에게 직접적으로는 음식이 맛이 없다고 한적은 없으니 나는 모른척했다.


나도 요리 잘하고 싶다. 내입에는 다 맛있는 걸 어쩌라고....

신랑에게 맛있게 해 줘서 즐겁게 먹는 모습 보고 싶었지만...

요리가 뭔지 사람을 이렇게 작아지게 하는 거였다. 


친정엄마도 엄청 요리를 잘하시고 신랑도 요리를 잘하니 나는 더욱더 소심해지고 의기소침해지고

점점 주방에 서있는 시간들이 거의 사라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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