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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왼손잡이앤 Mar 01. 2022

로또 같은 신랑을 만났다.

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8

나는 태어나서 로또를 한 번도 사본적이 없다. 

일단 나에게 그런 크나큰 행운이 쉽게 올리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진짜 드라마에서 처럼 조상님들의 꿈을 꾼 게 아니라면 굳이 그런데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결혼한 그 남자를 달랐다. 늘 토요일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로또를 사러 나갔다. 

내가 결혼 9년 동안 지켜본 결과 단 한 번도 당첨되지 않은 거 같은데 그를 참 부지런히 도 로또를 샀다.


한 번도 맞지 않는 로또를 보니 갑자기 그 남자와 나의 관계가 떠올랐다. 



인터넷에 우스갯소리로

"로또 같은 신랑"이라는 글이 있었다. 


궁금증에 클릭해보고서 정말 많이도 웃었다. 

왜냐고? 한 번도 맞지 않는 로또처럼 부부가 하나도 맞는 게 없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 진짜다.


짧은 연애로 부랴부랴 결혼을 하고 그 남자를 찬찬히 보니 어쩜 나랑 저렇게까지 안 맞는 건가 싶었다.


신혼여행을 간 첫날밤, 

샤워를 하고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 버렸다. 


"오빠, 여기 왜 이렇게 추워요?"

"응? 춥다고? "


숙소의 온도가 18도였다. 여긴 따뜻한 섬나라인데 이렇게나 춥다니!!!

더위를 심하게 타던 그가 에어컨을 풀가동한 거였다. 


"아! 미안 내가 더위를 많이 타서.. 에어컨 끄면 돼."

그런데 에어컨을 끄니 그 남자의 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나는 내 두 눈으로 보고도 깜짝 놀랐다. 

그 남자도 민망한지 다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그렇게 그와의 첫날밤에 기억은 그의 몸에서는 쉴 새 없이 땀이 났고

그는 그렇게 자주 샤워를 하러 갔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그 남자와 같이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너무 힘들었다. 

에어컨을 풀가동해서 시원하게 자야 상쾌한 그 남자와

여름에도 선풍기도 틀지 않고 자는 나는 서로 맞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너무 힘들게 몇 달의 동침을 하다가 

각자 잠은 편하게 따로 자고 볼일(?)이 있을 때만 만나기로 했다. 


손발이 몹시 차서 수족냉증이 있는 나와 

더위를 엄청 타는 그 남자와 동침은 참으로 웃픈 현실이었다.




먹는데 별로 관심이 없는 나와

먹는데 진심이 그 남자와 매끼 식사는 참 어려웠다.


그는 신혼여행을 가서도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곳에 가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자기가 다시 가이드에게 물어보고 한국사람이 없는 식당으로만 

한국음식 말고 여기 섬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싱싱한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생전 처음 보는 식당으로 가게 되었다. 

한국인도 거의 없고 오로지 현지인만 있는 그런 식당이었다.

먹는 것보다 바다 해양스포츠에 관심이 더 가는 나는 그저 이게 뭔가 싶었다. 


얼른 대충 먹고 빨리 바다로 가고 싶은 내 맘과 달리 그 남자는 음식에 진심이었다. 

현지인에게 음식을 설명해달라고 하고 음식을 정말 천천히 아주 맛있게 음미하면서 먹었다.


그러고 보니 연애할 때도 그는 항상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서 데리고 갔었구나!

나는 그 지역에 가서 관광하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그는 시간이 걸리고 기다리고 해도 꼭 

맛집을 찾아서 데리고 갔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남자는 아침으로는 늘 국과 반찬이 있어야 했고

나는 아침을 간단하게 빵과 과일로 간단하게 먹는 편였다.


그 남자는 치약을 중간부터 짜서 양치를 했고

나는 치약을 끝부터 짜서 양치를 했다. 


그 남자는 옷을 늘 허물처럼 벗어놓고 그 자리에 가만히 두었고

나는 늘 옷을 빨래통에 바로 넣었다. 


그 남자는 스포츠 예능 다큐멘터리만 보았지만

나는 드라마만 보는 편이었다. 


그 남자는 술을 집에서는 절대로 안 마셨고

나는 술을 둘이서 집에서 오붓하게 마시고 싶었다. 

(오붓하게 같이 마셔본 적이 없다.)


그는 지저분한 것에 아주 무관심한 사람이었고 

나는 지저분한 것을 못 견디는 결벽증이 있었다. 


그는 항상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고

나는 항상 계획을 세워서 가자는 주의였다.


그 남자는 참으로 이성적이고 나는 항상 감성적이었다. 

그는 늘 해결책만 제시했다.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건 어때?"

내가 듣고 싶었던 '참 힘들었겠네.' 이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일이 힘들다고 하면 "당장 그만둬."라고 했다. 




여기서 잠깐!!


나는 도대체 왜 연애할 때는 몰랐을까? 

이렇게 이 남자와 맞지 않는다는 걸?


한 기사에 따르면

미국 코넬대학의 신시아 하잔 박사님이 사랑의 유효기간을 900일이라고 했다.

900일이면 2년 하고도 6개월 정도라는 말이다. 


처음에 사랑에 빠질 때는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사랑 물질이 마구마구 생기면서

설레고 뭔가 홀린 듯이 빠져든다고 한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가 도파민이 3년이 지나면 점점 줄어든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 겨우 고작 9개월이 되었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랑이 식는 이유는 뇌에서 작용하는 화학물질 중 하나인 페닐에틸아민(PEA)의 환각작용에 내성이 생겨서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한다.


내가 현실적으로 보게 돼서 그런 걸까? 

벌써 콩깍지가 사라져 버린걸까? 


그건 아마도 연애할 때는 잠시 보고 헤어지고 말았지만 결혼을 해서 오랜 시간을 계속 같이 지내보니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을 새로운 점을 점점 알게 되면서 서로를 점점 알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그 남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게 바로 결혼 생활인 거 같다.

그의 잠꼬대, 잠버릇, 식습관 등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고 더 이해하게 되는 거 같다. 


한 사람을 온전히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결혼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더 배울게 많은 인생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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