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어자의 결혼 이야기 7
보통 나의 일은 6시나 9시나 이렇게 교대로 끝이 났다.
그렇게 일을 하고서 집에 오면 항상 불을 꺼져 있었다.
그랬다. 그 남자는 항상 늦었다. 햇살이 푸르르던 5월이었지만 나는 늘 혼자였다.
그는 항상 바빴다. 그렇게 조용한 집에 있는 것이 처음에는 참 무서웠다.
다 큰 어른이 그것도 임신도 한 여자가 저녁에 혼자 있는 게 무섭다니....
참 어이가 없고 한심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하던 여자였다.
보지도 않는 tv를 항상 커두고서 잠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 남자가 오지 않아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10시 11시 12시... 그 남자는 5월 말을 향해 갈수록 퇴근시간이 더 늦어졌다.
나는 다른 여자들처럼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건 뭔가 싶었다.
내가 그 남자를 만났던 것은 7월 말~ 8월 초였다.
그때부터 만나서 다음 해 1월에 상견례를 하고 4월에 결혼을 했으니
나는 그와 봄 여름을 같이 지내지 못했다.
상견례를 하고서는 그는 왜 그런지 늘 바쁘다는 말만 했다.
결혼 준비할 때 싸우지 않았던 이유는 그 남자가 바빠서 모든 걸 내가 알아서 하니 싸울 일이 없었다.
신혼여행도 그랬다.
"발리 어때요? "
"그래 좋아~ 거기로 가자."
"그럼 좀 더 멀리 몰디브는 어때요?"
"그래. 난 어디든 괜찮아!"
늘 그런 식이였다.
그렇게 그와의 결혼은 거의 나의 결정대로 다 결정을 하게 되었고 그는 늘 알아서 하라고만 했다.
신혼여행을 가서도 그는 전화기를 아예 꺼버리길래
'어머나 나한테 온전히 집중하는 건가' 싶어서 은근히 기뻤지만
사실 그는 바쁜 시즌이라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는 회계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거기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었다.
세금과 관련된 일들이 상반기에 엄청 일이 많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5월의 내 생일날....
아직도 그날이 기억난다.
직장에서 맛있는 케이크와 각종 편지와 선물들~~
다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으라고 축하해주었다.
어김없이 집에 가서 혼자서 불을 커고 밥을 차려서 먹으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친정엄마였다.
"내가 생일상 차려주려다가 이제 0 서방이랑 오붓하게 맛있는 거 먹으러 갈 거 같아서 "
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응 , 엄마 지금 오빠랑 맛있는 거 먹으려 가는 중이야. 나중에 전화할게"
나는 황급히 전화기를 끊고서는 식탁에 앉아서 펑펑 울었다.
내 생애 가장 슬픈 생일이었다.
그날 신랑은 12시가 되어서야 케이크를 사들고 집에 왔다.
"미안해. 회사가 한창 바빠서....."
나는 그 말에 참았던 눈물이 또 터져버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바쁜 건데.... 생일인데 너무하잖아."
그 남자는 엄청 미안해하면서 사과했지만 이미 나는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
"생일을 다른 날로 하면 어때?"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근데 따지고 보면 그 남자의 잘못도 아닌걸?
그 남자가 회사일이 상반기에 바쁘다는 걸 내가 몰랐던 게 문제지....
이래서 어른들이 사계절은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고 했구나....
지금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꼭... 그 사람을 1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만나보고 결혼하라고!!
그렇게 나는 상반기에는 늘 혼자서만 저녁을 먹는...
3월에 벚꽃놀이 한번 못 가보는... 그런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결혼이란 건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려놓고
많은 것은 품어주고 많은 것을 이해해야만 하는 자기 수련의 최고봉이었다.
이걸 결혼 전에 알았더라면.. 나는 과연 다시 결혼을 선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