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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왼손잡이앤
Mar 03. 2022
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남편
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9
친구들은 나의 결혼 소식을 듣고 그 남자를 소개받고는 깜짝 놀랐다.
나보다 큰 키에 한번 놀라고
거기다가 짙은 쌍꺼풀이 있는 그 남자의 큰 눈에 두 번 놀라고
듬직하다기보다는 다소 뚱뚱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세 번 놀랐다.
나는 눈에 쌍꺼풀 이 없는 얼굴에 마른 체형의 남자를 이상형으로 여겼던 거 같다.
그런 스타일의 남자들이 고백했을 때 그 고백을 받아주었지만
그 외의 남자들의 고백은 가차 없이 거절했었다.
나에게는 키가 큰 남동생이 있는데 집에서 전구 하나 못 갈아주는
189cm의 그 허당 남동생 덕분에 키 큰 남자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키가 크면 허우대만 멀쩡하구나 하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여있어서
키가 나 정도 되거나 나보다 작아도 상관없었다.
차라리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이 더 맞는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거기다가 나는 쌍꺼풀 있는 남자는 다 느끼하게 보여서
하물며 친구들이 드라마를 보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 앓이를 할 때도 혼자서만
'으..... 남자가 쌍꺼풀이라니 너무 느끼해' 하고 혼자서만 눈살을 찌푸렸던 나였다.
그래서 학창 시절 매일 타던 시내버스 안에서 고백을 받았을 때도
그 오빠의 짙은 쌍꺼풀이 나의 심기를 건드려서 나는 매몰차게 거절해버렸다.
나의 친구들은 그 오빠가 잘 생겼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그저 느끼한 고등학생 오빠일 뿐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유달 시리 마른 체형의 남자가 좋아 보였다.
아마도 살아생전 아버지도 마르셨고 친척분들도 다 말라서 그랬던 거 아녔을까 짐작해본다.
그랬던 내가 어찌하여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까지 결심하게 되었던 걸까?
내가 늘 생각하던 이상형과 완전 반대인 그와 연애는 몰라도 결혼까지 하게 되다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우리가
이상형
이라고 지칭하는 대상은 우리의 의식 속에
이상적인 사람
을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이상형에 대한 감정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의 무의 속에 있는 이상형은 왜 그렇게 바뀌지 않을까?
우리가 태어나서 본
부모의 모습이 최고치의 긍정적 감정으로 기억
되고 있고
이런
무의식 속의 감정이 변하지 않고 오랜 시간 계속
되면서
확고히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우리의 이상형은 강렬함이 약하고
바뀌기 때문에 무의식 속 이상형을 대처할 수 없다.
이처럼
한번 형성된 무의식 속 감정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멘토> 중
내가 읽었던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와서 한번 더 놀랬다.
나의 그 남자는 나의 무의식에 고착화된 나의 아버지와는 정말 반대되는 사람이다.
나의 이상형은 바로 살아생전 나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아빠 같은 스타일의 남자가 좋았고
아빠 같은 스타일의 남자에게 끌렸던 내가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무의식의 감정이 엄청 좋았는데도 정말 반대되는
그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건 그만큼 그 남자가 좋았던 걸까?
아니면 나의 무의식 깊숙이 아빠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더 크게 남아있었던 것일까?
나도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에 다시 한번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이 분이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많이 편찮으시다가 일찍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오랫동안 내 곁에 있어주는 건강한 사람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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