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10
이상하게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결혼을 하게 되고 아기천사도 찾아왔다.
그 남자의 기억 속에 나의 첫 모습은
수줍어하고 하늘하늘 코스모스 같았다고 말했다.
평생 신랑에게 여자로 보이고 싶었던 나의 모든 것들이 바로 그날 산산조각 나버렸다.
출산일
아이가 예정일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유도분만을 예약했다.
일주일 동안 얼마나 초초했는지 모르겠다.
쭈그려 앉아서 걸레질하기
계단 오르내리기를 수십 번
동네 산책을 몇 시간씩
맘 카페에 들락날락하며 출산 후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겁이 났던가...
세상에서 이미 출산한 여자들이 가장 부러웠다.
유도분만 예정일 전날...
신호가 왔다. 근데 견딜만했다. 평소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웬만해서는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규칙적으로 아프길래 병원을 갔지만 놀랍게도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무작정 내 옆에서 기다리다가 점심, 저녁도 못 먹는 신랑을
겨우겨우 등 떠밀어서 저녁 먹고 오라고 내 보냈다.
'아... 그냥 배고프게 놔둘걸...' 그때부터였다.
신랑이 사라진 순간부터 극심한 통증과 함께 갑자기 진행이 빨라졌다.
간호사분들이 들어오시고 바로 뒤 이어 남자 의사 선생님도 오셨다.
오로지 여자 의사 선생님한테만 진료를 보던 나였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지만 부끄러움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희 신랑 좀 불러주세요. 으악~~~~~~~~~~~~~~~~"
나는 미친년처럼 남편을 찾았다. 출산 직전에 그 남자가 분만실로 들어왔다.
분만실 상황에 너무 놀라 잠시 멈춰서 있던 그 남자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바로 나의 비명소리를 듣고는 나에게로 다가와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1시간 만에 급속도로 진행된 탓에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커다란 눈에서도 소리 없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활활 불타는 수박이 똥꼬에 딱 껴있는 기분이 최고조에 왔을 때
트럭이 나의 배를 누르고 가는 듯한 정말 죽을 거 같은 그 순간 아이가 태어났다.
그렇게 출산과정을 신랑이랑 같이 한 뒤로는 부끄럽다거나 그런 게 싹 사라져 버렸다.
아침에 화장을 안 한 맨얼굴이어도, 방귀가 나와도, 큰일을 보러 화장실을 가게 되어도
이상하리만큼 창피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나도 아줌마가 되어버린 걸까?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출산이란 걸 하고 나니
부끄러움도 같이 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간 것 같았다.
신혼 때의 그 코카콜라 일을 생각하면 그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출산과정을 본 뒤로 그 남자가 나를 여자로 안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내심 있었다.
다행히도 그 남자는 자기와 똑 닮은 딸을 낳아주어 고맙다며
나를 더욱 많이 사랑해주었다.
그 남자가 반했던 코스모스 같이 하늘 거리던
트림이나 방귀는 그 남자 앞에서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화장실 가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그 여자는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대신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멋진 아내가 여기 있음을 그 남자도 알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