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다녀볼까
중요한 볼일이 있어 교대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지하철 교통요금 누적이 3만 원 밖에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보통은 7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찍히던 요금이 월 말에 3만 원이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담장을 쌓고 살았는지 아는 대목이 교통요금이라는 점이 놀라웠던 것이다.
번아웃의 여러가지 후유증 중에 가장 악질인 것은 나태함이다. 어딜 가지 않는다. 깨어있지도 잠들지도 못하는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잠든 다는 점이 가장 큰 특이함이다.
강남과 교대를 오가며 일을 보는데, 그 풍경들이 낯설었다.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은 기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 아무것도 느껴지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읽히는 그런 풍경.
모두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분명 각자의 삶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걸 알아채고 보니, 나의 삶에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소거되어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내 인생에 먹구름을 피우고 있던 건 나였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지시도 없고, 강압도 없었던 고립된 자존감과 삶을 다시 끌어내보려고 한다. 일단 납부해야 할 교통요금 먼저 올리는 게 첫 번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