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 번째 시쭈와의 만남

엔젤이 이야기-1

by 돌팔이오

10년 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큰 애가 졸라대기 시작했다. '아빠, 한국에 가면 사주신다고 약속했잖아요~. 아빠부터 약속을 지키세요.'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들어간 큰 애가 어느 날부턴가 '개를 갖고 싶다'면서 시작했던 요구였다. 당시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어려우니 한국에 들어가면 구해주겠다고 했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태. 그래 알아보자.


집에서 개 입양 얘기가 시작되자 집사람은 '개는 개같이 키워야 한다'며 (처가에서처럼 마당에서 키워야 한다는 말) '키울 곳이 없다', '산책을 누가 시킬 것이냐', '밥은 어떻게 할 것이냐', '아프면 어떡할 것이냐' 등의 질문을 했다. 하지만 애들은 '집 안에서 키우면 된다', '산책은 둘이서 아침저녁으로 나누어서 하면 된다', '밥은 용돈을 아껴서 사다 줄 것이다', '아프면 아빠가 치료해 주면 된다' 등의 답을 하며 입양의 굳은 의지를 불태웠다.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 상황을 잘 모르기도 했고, 동물병원을 하는 지인들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선, 대학원생들에게 시쭈를 입양할 의사가 있으니, 주위에 시쭈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새로이 정착을 하는 관계로 할 일도 많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2007년은 그렇게 시쭈를 기다리다가 빠르게 휙 지나갔다.


2008년 봄,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변** 원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른 대학원생들에게 들었다며 시쭈를 입양할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좋은 시쭈가 한 마리 있다고 하면서 개략적인 이력을 말해주었다.


변 원장이 대학원을 다니면서 선배병원의 대진을 할 때, 시쭈 한 마리를 진료했는데 보호자가 찾아가지를 않더란다. 연락을 해서 물어보니 여차저차 사유가 있었고 결국은 포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변 원장이 직접 중성화를 하였고 지인에게 입양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전세로 살고 있던 보호자의 집주인이 자기네 집에서는 개를 키우지 말라고 했단다. 애들이 너무 좋아하는데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내야 하니,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입양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입양하겠다고 했고, 약속을 잡았다.




2008년 4월의 토요일 오후, 내 방 앞에는 시쭈 한 마리를 품에 안은 초등학교 남학생이 서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시쭈는 전형적인 흰색과 갈색무늬를 가지고 있었고 체구가 작은 품종이었다. 만지고 다독이는데도 순응하는 착한 녀석으로 보였다.


'선생님, 우리 사랑이 잘 키워주세요.'


'그럼~, 이제부터 내가 맡아서 잘 기를 테니 걱정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고마워~.'


초등학생의 뒤에 서 계신 부모님께도 인사를 드리고 초등학생과 작별을 했다. 초등학생은 복도를 지나가면서 몇 번 뒤돌아보았다. 내가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엔젤이는 나에게 왔다.


KakaoTalk_20250204_08331095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두 번째 시쭈와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