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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쭈 엔젤이 이야기-9

마지막 결정

by 돌팔이오

엔젤이가 잘 못 일어나게 되자 집사람의 일거리가 늘었다. 걸어서 직장에 갈 수 있는 거리이다 보니 점심시간에 잠시 들러 엔젤이가 밥을 먹었는지 확인하고, 안 먹었으면 간식이라도 주고 다시 직장에 가서 일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집에 갔더니 집사람이 엔젤이를 품에 안고 사료를 한 알씩 입에 넣어주고 있다. 나를 보더니 눈을 흘기며 한 소리 한다.


'이제 엔젤이 못 일어나고 밥도 물도 못 먹어서 입에 넣어줘야 해. 그것도 많이 먹지는 않고 평소보다 조금밖에 안 먹네. 결국 모든 일이 내 일이 됐어'


어린애를 돌보듯 신경을 써주던 집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엔젤이가 이제 밥도 물도 안 먹는데 어떡하지?'


이제 올 때가 온 것이라 생각했다. 목요일 저녁이었기에 애들에게 카톡으로 알렸다.


'엔젤이 건으로 같이 얘기를 해야겠는데, 내일 금요일 저녁에 집에 올 수 있을까?'




금요일 저녁에 다 같이 모여서 일단 엔젤이의 상태에 대해서 공유를 했다. '엔젤이는 현재 밥과 물을 먹지 못한다는 점, 이렇게 먹지 못하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것은 엔젤이에게는 너무 힘들 수 있다는 점, 가능하면 빨리 결정을 하는 것이 엔젤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애들과 집사람에게 얘기했다.


애들이 초등학생일 때 집에 온 엔젤이가 14년이 지나 대학생이 된 애들에게는 언제나 귀여운 막내동생이었다. 그렇게 같이 지내 온 엔젤이를 먼저 보낸다는 것이 애들의 인생에서는 처음으로 삶과 죽음으로 구별되는 이별이기에 경험해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언젠가 있을 부모와의 이별에 대한 연습이기도 했다. 큰 애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엔젤이를 쓰다듬었고, 작은 애는 방에 들어가 소리 죽여 한참을 울었다. 어떤 위로도 이 순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아무 말 없이 그냥 같이 있도록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애들에게 '아빠는 학교에 가 있을 테니, 준비가 되면 연락을 하라'고 했다. 엔젤이 옆에서 잠을 청했던 큰 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엔젤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학교에서 급히 할 일은 없었지만, 미루어두었던 일을 하면서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오후 2시경, 큰 애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빠, 이제 엔젤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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