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퍼플렉시티가 잇달아 새로운 수준의 브라우저를 내놓고 있다.
최근 AI 업계는 LLM과 확장 서비스의 고도화를 넘어, 사용자와의 접점인 ‘브라우저’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AI 기업들이 브라우저 확보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한 제품 확장을 넘어, 웹 지배권과 핵심 데이터 루프를 누가 쥐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AI 기업들이 브라우저에 집착하는 배경과 이유를 기술적, 전략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주요 AI 선도 기업들의 움직임을 비교하며, 특히 국내 기업 네이버의 웨일 브라우저가 취해야 할 경쟁 전략적 포지셔닝을 구체적으로 논해 보려 한다.
이 글은 제가 NIA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서비스 이슈리포트 2025년 10월호에 기고한 원본 글 'AI 기업은 왜 자체 브라우저 확보에 집착하는가?'를 이곳 브런치에서 공유합니다.
마침내 오픈AI가 ‘ChatGPT 아틀라스(Atlas)’라는 이름으로 브라우저 시장에 발을 들였다. 10월 초에 퍼플렉시티가 자체 브라우저인 코멧(Comet)을 전 세계 사용자에게 무료로 공개한 것으로 AI 업계의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였는데, 오픈 AI가 한달도 되지 않아 참전을 한 것이다.
두 브라우저 모두 표면적으로는 “AI 내장형 웹브라우저”지만, 실제로는 웹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선전포고다. 아틀라스와 코멧은 단순히 검색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탐색(navigation)’과 ‘대화(conversation)’의 경계를 허무는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즉 사용자가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웹을 탐색하고, 읽고, 판단하고, 응답하는 브라우저다. 크롬이나 다른 브라우저가 검색 창을 통해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된 정보를 렌더링하는 것이라면, 아틀라스와 코멧은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면 AI 에이전트가 읽고 해석한 뒤 사용자에게 요약한 지식을 전달한다.
오픈AI와 퍼플렉시티가 이 타이밍에 브라우저를 만든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까지 ChatGPT나 퍼플렉시티는 “제한된 대화창 안의 우주”였다. 사용자의 컨텍스트는 모델 내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젠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의 실시간 웹 행동, 검색 이력, 선호 패턴, 클릭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오픈AI와 퍼플렉시티가 ‘모델 기업’에서 ‘데이터 기업’으로 확장하는 결정적 순간이며, 구글 검색 + 크롬 결합 구조를 그대로 겨냥한 대응 전략이다.
아틀라스와 코멧의 등장은 오픈AI와 퍼플렉시티가 더 이상 ‘앱 제공자’가 아니라 AI 인터페이스의 운영체제(OS) 레벨로 진입하고 있음을 선언하는 순간이다. 구글의 크롬이 검색을, 마이크로소프트 Edge가 빙 코파일럿(Bing Copilot)을 가졌듯, 이제 두 기업은 자신의 생태계를 위한 ‘AI-native 브라우저’를 직접 소유하게 되었다. 결국 싸움의 본질은 모델의 정확도가 아니라, 사용자의 일상 접점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있다. 아틀라스와 코멧은 그 첫 번째 전초기지가 된다.
이들의 브라우저를 만들어 배포하는 전략적 목표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가입자 풀 확대 및 습관화 유도: 사용자가 아틀라스와 코멧을 통해 AI 브라우저 경험을 표준처럼 인식시키려는 목적이다. 브라우저는 사용자 습관이 강하게 형성되는 제품이므로, 초기 점유율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2. 데이터 통제권 및 피드백 루프 확보: 브라우저 내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클릭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며, 어떤 답변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실시간, 비가공 사용자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데이터는 AI 모델 개선, 프롬프트 튜닝, 개인화에 활용되는 경쟁 우위 요소가 된다.
3. 에이전트 플랫폼 확장: 아틀라스와 코멧은 단순 검색을 넘어 "에이젠틱 브라우징"을 지향한다. 브라우저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웹을 탐색, 클릭, 실행하는 에이전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4. 하이브리드 수익 모델 전환: 기본 브라우징은 무료로 제공하되, 고급 AI 에이전트 기능(예: 백그라운드 실행, 심층 요약, 자동화)이나 프리미엄 콘텐츠 접근 등은 유료 플랜으로 묶어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구독으로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오픈AI와 퍼플렉시티의 이러한 움직임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앤쓰로픽 등 경쟁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다. 특히 퍼플렉시티는 구글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을 이용해 크롬 브라우저를 345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는 AI 시대의 웹 패권을 둘러싼 기업들의 브라우저 집착이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선 생존 전략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브라우저를 소유하는 것은 곧 "사용자의 정보 탐색과 의사결정의 첫 순간"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 통해 68%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2025년 6월 기준)을 확보하고, 이를 구글 검색의 주요 진입점으로 활용함으로써 연간 1500억 달러 이상의 광고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AI 시대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웹 트래픽이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의도 그 자체이다. 구글이 기존 검색 데이터를 독점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AI 기업들은 AI 기반 경험의 최전선인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선점하고 통제하려 한다. AI 시대에 브라우저는 세상을 탐색하고, 이해하고, 사용자 대신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필수적인 실행 환경이 된다. 오픈AI가 자체 브라우저를 갖기 위해 구글의 크롬 개발 핵심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사례도 이러한 기술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AI 모델에게 브라우저가 필요한 기술적 기능은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브라우저를 직접 통제해야만 이 요소들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모델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결론적으로, 브라우저는 AI 모델에게 있어 "세상을 탐색하고 학습할 수 있는 감각기관"인 셈이다. 이를 직접 갖지 못하고 남의 브라우저에 의존할 경우, 모델 개선 속도나 데이터 품질에서 치명적인 경쟁력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AI 기업들이 자체 브라우저를 가지려는 전략적 동인은 AI 플랫폼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필수 요소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① 데이터 통제권
AI 모델의 성능은 입력되는 데이터 품질에 좌우된다. 브라우저는 사용자의 검색 이전 행동까지 포함하는 "검색 이전의 검색" 단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구글은 이미 크롬을 통해 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다. 오픈AI와 퍼플렉시티가 자체 브라우저를 배포하는 것은 이 핵심 데이터 흐름을 구글로부터 탈환하려는 시도이다.
② 기본 진입점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정보를 찾거나 질문할 때 가장 먼저 열리는 앱이며, AI를 일상적인 경험에 스며들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경로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구글이 크롬을 장악한 이유와 본질적으로 같으며, 오픈AI가 ChatGPT를 OS, 모바일, 브라우저로 확장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③ 전통적인 검색에서 AI 검색으로의 구도 전환점
AI 브라우저는 기존 구글 검색의 링크 제공 중심 방식을 넘어, "답변 및 행동 중심"의 AI 네이티브 검색 경험을 구현한다. 오픈AI의 아틀라스와 퍼플렉시티의 코멧은 질의에 대해 AI 답변과 행동을 같은 공간에서 인플레이스(in-place)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외부 링크 클릭 없이 브라우저 내에 머무르게 한다. 이는 구글의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④ AI 에이전트 생태계
브라우저는 AI 에이전트가 웹페이지 및 앱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실행 레이어이다. 오픈AI의 Operator, 퍼플렉시티의 코멧 Assistant와 같은 에이전트들은 브라우저를 통해 웹 자동화, 예약, 구매, 복잡한 양식 작성 등 멀티스텝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브라우저를 소유함으로써 AI 기업들은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에이전트 생태계의 기반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⑤ 브랜드 및 생태계 락인 효과
크롬 사용자가 지메일, 유투브 등 구글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듯이, AI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특정 AI 플랫폼에 고착되도록 만든다. 코멧을 사용하면 퍼플렉시티 검색, Copilot, 유료 구독으로 연결되는 내부 순환 루프가 형성된다. 즉, "AI를 쓰려면 이 브라우저를 써야 한다"는 생태계 고착 효과를 목표로 한다.
AI 브라우저 전쟁은 기존의 웹 거인들과 새로운 AI 선두 주자들이 각자의 핵심 역량을 브라우저에 통합하며 진행되고 있다. 각 기업의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구글의 전략적 목표는 광고 생태계 보호와 기존 검색 패권 유지이다. 크롬은 현재 68%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구글 수입의 최상 레이어이다.
- 전략: 크롬에 제미나이를 통합하여 페이지 요약 기능을 제공하지만, 에이전트처럼 복잡한 작업을 실행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사용자를 구글 검색 생태계 내에 머무르게 하여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방어 전략이다.
- 법적 리스크: 반독점 위반 행위에 대한 가장 심각한 처벌은 피했지만 사법부는 구글이 검색 시장의 독점을 AI로 확장하지 않도록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 퍼플렉시티가 크롬 인수를 제안한 배경에도 이러한 규제 압박이 있다.
오픈AI는 아틀라스 브라우저를 통해 웹 기반 에이전트 실행 레이어를 확보하고 구글 의존도를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전략: 구글 출신의 핵심 개발자를 영입했으며, 웹 탐색 능력을 측정하는 BrowseComp 벤치마크를 공개하고, 장보기, 데이터 입력, 예약 처리 등, 웹 기반 작업을 자동 수행하는 에이전트인 Operator를 실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대화형 컴퓨팅’에서 ‘행동형 컴퓨팅’으로의 진화다. 궁극적인 목표는 ChatGPT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AI 에이전트가 웹과 상호작용하는 중심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다.
퍼플렉시티는 AI 검색의 기본 입구 확보 및 트래픽 통제를 핵심 목표로 한다.
- 전략: 코멧 브라우저를 통해 AI 네이티브 검색 경험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사용자가 질문에 대한 답변과 실행을 브라우저 내에서 완료하도록 유도한다. 최근의 무료화 전략은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며, 콘텐츠 제공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모델(Comet Plus)을 통해 로컬 콘텐츠 확보 및 법적 리스크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Edge 브라우저를 윈도우 및 M365 생태계의 AI 허브로 구축하여 생산성 영역을 통합하는 데 집중한다.
- 전략: Edge에 코파일럿을 통합하여 윈도우 및 M365 사용자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B2B 및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UX 혁신 중심의 고급 AI 브라우징을 목표로 하며, 데이터 접근에 대한 프라이버시와 투명성을 강조한다.
- 전략: 브라우저 개발사 Arc와의 협력을 통해 끌로드 AI를 브라우징 경험에 통합하여 고급 사용자층의 에이전트 브라우징을 강화하고 데이터 주권과 사용자 통제를 중시하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애플은 AI 브라우저 경쟁에서 다른 기업들과 달리 프라이버시 중심의 AI 브라우징 패러다임을 강조한다.
- 전략: 사파리를 통해 iOS 전역에 AI를 통합하며, 특히 iOS 18 이후 도입된 PCC(Private Cloud Compute) 를 활용하여 요약, 추천 등의 AI 기능을 디바이스 내에서 로컬로 처리한다. 이는 검색 데이터 수익화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덜 쓰는 AI" 경험을 전면에 내세워 사용자 데이터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는 차별화 전략이다.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의 웨일 브라우저는 크로미엄 기반으로 확장성과 호환성이 확보되어 있으며, 파파고 번역, 비디오 회의 기능 등 내장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웨일이 글로벌 AI 브라우저 경쟁 축에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AI 기업들이 자체 브라우저 확보에 집착하는 현상은, 브라우저가 AI 시대의 새로운 운영체제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우저는 AI가 인간의 의도를 읽고, 웹에서 행동을 실행하며, 사용자의 반응을 학습하는 출발점이자 최종 관문이다. 누가 이 관문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데이터 품질, 사용자 습관, 에이전트 생태계, 그리고 최종적인 수익 모델 전부가 결정된다.
구글은 크롬을 통해 검색 중심의 AI 브라우저로 방어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Edge를 생산성 중심의 AI 허브로 통합하고 있다. 한편, 오픈AI와 퍼플렉시티는 에이전트 중심의 브라우저를 통해 웹 경험 자체를 자동화하고 혁신하려 한다. 애플은 사파리를 통해 프라이버시 중심의 AI 브라우징이라는 차별화된 카테고리를 구축 중이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경쟁 구도 속에서, 오픈AI와 퍼플렉시티의 자체 브라우저 배포는 브라우저를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는 공격적인 전략이며, 더 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사 생태계에 락인하기 위한 큰 도전이다.
국내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는 한국 시장의 특성과 네이버 생태계의 강점을 활용하여, '로컬 우위 기반의 AI 브라우저 허브'로 포지셔닝한다면 글로벌 AI 경쟁 구도 속에서 로컬 강자로서의 입지를 가질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 싸움은 단순히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을 넘어, AI 시대의 생태계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패권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