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낯설어서 설레던 공간이 익숙해지기까지
수천 번의 해가 고개를 떨구고
수만 번의 밤이 익어갔다.
내 머리카락은 추욱 늘어져 자라다가
땅바닥으로 낙하하기를 반복했다.
붕 뜬 하루를 내팽개치기도,
추락하는 하루의 끝을 붙잡고 매달리기도.
보통에서 보통으로 하루를 살아내었다.
2.
개천에서는 오리가 울었다.
산책 나온 강아지가 오리를 쫓았다.
찬 기운이 돌았다.
산의 등줄기에 빨간 아지랑이가 일었다.
낯선 공간, 익숙한 공간.
선한 풍경, 생경한 풍경.
오늘도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그냥.
3.
벚나무에 꽃망울,
개울물에 빗물,
은행 냄새.
그리고 다시 찬 기운.
다섯 번째 오늘.
하루 더 익숙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