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길 Jun 12. 2019

일회용품 안 받기 버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 배달의 민족

나는 매일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는 생활 방식)에 도전한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며 드높은 장벽을 느꼈던 곳은 다름 아닌 배달 음식이었다.  

한 번의 식사로 생겨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들에 쓰레기통은 금세 만석이 되고

필요도 없는데 빼먹지 않고 늘 챙겨주는 일회용 수저는 모아둔 것만 서랍 하나를 가득 채운다.


어마어마한 수의 쿠폰을 경쟁적으로 뿌려가며 음식 배달을 장려하는 배달앱들을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얼마 전 배달의 민족에 추가된 체크박스 하나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로..

한 개의 체크박스 때문에 줄여질 수많은 일회용품들

 이 체크박스 하나를 추가하면서, 배달의 민족은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로 포장되었다.

 배달 음식 시장 규모를 키우며 간접적인 환경 파괴에 일조해 온 배달의 민족은 이로써 친환경 기업으로 보이게 되었다.

 테이크아웃 커피 시장을 주도해 온 스타벅스가 종이 빨대를 도입하며 친환경 기업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에 따른 사업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잘되는 기업들은 정말 소름 끼치도록 영리하다.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의 경우에는 기존 빨대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비용적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반면, 일회용품 안 받기 버튼은 추가 비용도 없고, 되려 참여 업체들이 비용을 아끼게 되므로 결국 아무도 잃을 것이 없는 뛰어난 선택이었다. 배달의 민족에는 참으로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잘 활용된다


지구를 위한 기업의 역할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가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이라는 믿음은 근본적으로 허구입니다. 우리는 주어진 매트릭스 안에서 제한된 식단을 꾸릴 뿐입니다.”

 누군가가 환경영화제에서 보고 전해준 문구이다. 채식에 관련된 말이지만, 어디든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소비자의 선택은 사회적 관념과 기업이 보여주는 선택지 안에서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이 어떤 선택지를 주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 아닌 선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주문 때마다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라고 덧붙일 만큼의 자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기에 올바른 선택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배달의 민족의 서비스를 통해서 생산되는 일회용품들은 여전히 많다. 특히나 음식물을 담는 일회용기가 압도적으로 쏟아지는데, 최근 대안들이 슬슬 등장하고 있다.

대나무 소재 일회용기 '에코 뱀부'

산업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선택지를 앞장서 고민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배달의 민족이 보여준 환경적 시도는 지금에서야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새로운 시도이기에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을 거라 짐작한다. 그런 면에서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 배달의 민족을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프로불편러가 되어가는 과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