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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길 Jan 30. 2022

비닐봉지의 가격

20원 vs 160원

최근 몇 년간 태어난 이래 가장 급격한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미국 물가는 4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는 기사와 더불어

단돈 1,500원에 주린 배를 달래주던 김밥은 이제 3,500원이 되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까이 들이닥쳤다.  

한 줄 5,000원. 휴게소임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올랐다.

 그런데, 1999년부터 전혀 물가가 변하지 않는 놀라운 상품이 있다.

바로 비닐봉지다. 1999년 비닐봉지 무상제공 금지 법안을 시작으로 23년, 물가는 몇 배가 오르는 동안, 10원도 오르지 않고 여전히 20원이다. 20원이면 최저시급으로 한 시간만 일해도 458장을 살 수 있다. 규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의미 없이 적은 금액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어떨까. 영국은 2015년 80원(0.05파운드)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2021년 5월, 160원(0.1파운드)으로 두 배가 오르고, 모든 소매업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그 효과는 굉장했다. 1인당 연간 사용량 2014년 140장에서 2021년 4장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23년 전에 같은 내용의 제도를 도입했던 우리나라가 무안할 정도의 놀라운 효과다.


유가도 오르고 모든 물가가 오른 지금, 20원은 비닐봉지 생산단가 밖에 안 돼서,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금액은 없다고 한다. 지금의 20원은 이름만 환경부담금인 셈이다. 그렇기에 예방은커녕 사후 조치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1인당 사용량은 매해 늘어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그린피스

영국의 사례를 보았을 때 비닐봉지의 가격은 사용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어느덧 세계 상위권의 물가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물가가 영국보다 8배나 저렴하진 않다. 비닐봉지가 너무 저렴해서 폭발적인 사용이 따르는 데에는 가격결정 권한이 있는 쪽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  


결국 비닐봉지의 가격에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대하는 가격 결정권자인 정부의 관심과 의지가 담겨있다. 20원과 160원의 차이는 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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