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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길 Jun 06. 2019

프로불편러가 되어가는 과정

이거 나만 불편한 걸까?

 요즘 나는 프로불편러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마냥 그래 왔던 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오히려 그런 이들을 비난하는 쪽에 가까웠다. 어느 영화 속의 알 이즈 웰 또는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오랜 말처럼 행복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얼마나 기운 나고 좋은가. 어쩌면 웃고 넘길 수 있을 일에 불만인 것을 잘도 찾아내서 끝내 싸우고야 마는 이들은 왜 굳이 저렇게 매사에 날카로워야 할까 싶었다.


처음에는 장애인 구역 불법 주정차 위반 신고부터 시작했다. 마트, 영화관, 국립공원 할 것 없이 장애인 주차 구역은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지 마트를 들를 때마다 보면 최소 한 대씩은 애먼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렇게 준비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수고를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런 위반 신고를 누구나 달가워하진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장애인 주차 구역 주정차 위반 신고를 예고하고 변화된 모습을 공유하여 화제가 되었던 한 배우에게 많은 이들이 통쾌함 내지는 시원함을 느꼈지만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좋은게 좋은거에요?

 

장애인이 겪을 불편보다는 자신의 불편이 싫은 사람들.

도덕적 기준이 높은 사람만 보면 까내리기 바쁜 사람들.


 세상엔 다름만 있는 게 아니라 틀림도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그래서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흑과 백 그리고 꼰대


세상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다른 거라고 생각했던 20대 때의 나는 꼰대가 되기를 죽기보다 싫어했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데, 이러다 스리슬쩍 꼰대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도 있다. 

꼰대는 도덕주의적이다. 이 말은 꼰대들이 도덕적이란 말이 아니다. 꼰대는 자신의 편협한 도덕적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려는 사람들이다. 도덕이란 것도 결국 사람들이 결정하는 수많은 가치관들 중의 하나이다. 예절이 문화, 나라, 지방마다 심지어 상충된다는 점으로 증명된다. 어떠한 현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므로 단 하나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한 점에서 자신의 편협한 행동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꼰대들은 헤게모니적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다. 흑백논리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편협한 도덕적 잣대이다. 거기다가, 꼰대들의 도덕적 잣대는 거의 대부분이 자신보다는 남에게 향해 더 기울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장, 외모, 대중문화, 취미 등 타인이 간섭할 권리가 없는 문제에 대해 오지랖을 부려 간섭하려 한다.
- 나무위키


환경적으로 옳고 그른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데,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사용이 어떤 기업의 가치관이라면, 나는 그것을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하는 걸까... 

국제 사회의 노력으로 이미 퇴출된 줄 알았던 프레온가스가 중국에서 무더기로 배출되고 있음에도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니다.

최소한 환경 문제는 복장, 외모, 대중문화, 취미 따위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환경 훼손으로 생기는 피해는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는 미세먼지로 희뿌연한 하늘 아래서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 해산물을 먹으면서 
집에서 4km 거리에서 전국 각지의 플라스틱들을 태워낼 SRF(고형폐기물 발전) 시설이 뿜어낼 매연을 다른 가치관에 대한 존중으로 참아낼 자신이 없다.

철저히 이기적인 관점에서의 문제이다. 여기서 도덕적인 관점은 한참 후순위이다.

설령 꼰대로 보이더라도 명확해져 버린 흑과 백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받아들이기

앞으로도 나는 불편한 것을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을 예정이다.

불법 주정차이든 삽질하는 환경부든 뭐든 불편하면 바꿔야지.

나는 프로불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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