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연 Jan 09. 2021

외모지상주의? 나의 흑역사.

대학생  신분이던 시절 늘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아웃사이더의 삶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흔한 과 친구도 없이 출석을 하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입학 전에 과 전체 MT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아직 신입생도 아니었지만 당해 입학생을 대상으로 전화를 돌린 후 과 전체 MT에 회비를 내고 참가하라는 권유였다.



 시간을 돌린다면 다시 가지 않겠지만 그 당시 나는  대학에 대한 약간의 로망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곳에서 있던 일은 내 인생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삭제되더라도 일상에 아무 지장 없을 만큼 무의미했다.


입학 전 유일한 술자리에서의 기억.


유일하게 지금까지 기억나는 건 술자리 에피소드이다. 일부러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을 걸리게 해서 러브샷을 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어떤 게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남자 선배 1명과 여자 신입생 1명이 당첨되었다. 남자선배는 과묵하지만 할 말은 다하는 스타일이었다.


남자 선배는 거리가 머니까 wifi-shot을 하자고 했다. WIFI-shot이란 인터넷이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듯 와이파이에 접속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각자 자리에서 술을 마시자는 뜻이었다. 사실 그 정도로 멀지 않았다. 이후 게임은 계속 진행되었고 그 남자선배와 또 다른 여자 신입생 한 명이 걸렸다. 이번에 당첨된 여자 신입생은 입학생 중에 연예인 A양을 닮았다며 예쁘기로 유명한 아이였다. 조금 전과 달리 남자 선배는 그 아이가 있는 자리로 가서 러브샷을 했다.


대학만 그런 거 아니야.


입학 전의 일이었고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입학을 하고 나서 와이파이샷 남자 선배 같은 사람들을 자주 목격했다. 여자 고등학교에서 3년을 묶여 있다가, 부픈 마음으로 남녀 공학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마음속 낭만이 와자작 깨지고 말았다. 그래서 신입생 당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야 대학 들어가니까 외모 지상주의야.”라며 말했다. 그중에 한명이었던 고등학교 여선생님은 “그거 대학만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옳았다.


잘생긴 남자를 본 나와 내 친구.


시간이 지나고 신입생은 아니었던 때였다. 학교에 놀러 온 친구와 내가 학교 건물을 빠져나가려던 참이었다. 이미 해가 진 오후라 밖은 어두웠다. 우리가 나가려던 참에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던 남자가 있었다. 그분은 문을 잡아주시고 우리가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그 마음에 고마워서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말씀드렸다. 그분은 “네.”라고 짧게 반응하셨다.


친절보다 잘생겼다는 기억이 남는다 지금은.


사실 그분이 배려를 해주기도 전에 잘생겼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친절을 베풀자 후광이 비친 것이다. 몇 달 흘러 친구들 만남에서 우리는 그때 만난 남자의 외모와 친절한 태도에 대해 헌사를 바치듯 칭송했다.  친절 그 자체로 이미 감사한 거 그때였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그가 잘생겼기 때문이다.


가시적인 정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씀대로 대학교에서만 외모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외모는 한 사람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시각 정보’에 단편적으로 집중하여 사람의 말투, 제스처, 행동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읽은 책에 따르면 인간이 훈련을 통해 제어할 수 없는 신체 기관은 ‘눈’이다. ‘보이는 것’에서 인간은 영영 자유롭지 못하는 안타까운 존재거나 혹은 행운을 타고난 존재일 수 있다.


그래서 뭐냐고?


외모를 통해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없이 부당하다. 하지만 일 혹은 공적인 자리가 아닌 일상에서 어떤 외모가 더 선호되는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일상에서 나의 외모가 ‘비선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 선천적이든 아니든,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모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통계에 근거한 확률도 가능성만 의미할 뿐이다. 



#lookism

#외모지상주의

#외모차별


매거진의 이전글 반지하 10년 콤플렉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