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필 칼럼]
부당한 비판이나 근거 없는 모함으로 괴로워한 적이 있는가?
악플이나 터무니없는 비난으로 마음 아픈 적이 있는가?
세상을 살다 보면 내 맘 같잖은 일들로 인해 한 번쯤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간이 흐르고 다른 일들을 하다 보면 무뎌지는 축복을 누린다.
미국의 목사이자 교수인 잭 밀러(Jack Miller)가 한 번은 이런 부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는 현실에 대해 멋진 말을 했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당하게 비판하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매도할 때마다 그 사람에게 "당신은 절반밖에 모릅니다."라고 속으로 고백해야 한다고 했다.
제아무리 종교적으로 고해성사나 회개로 용서해 달라고 뉘우쳐도 우리의 진짜 모습에 미치지 못한다. 본 모습을 잘 모르고서 실제보다 '더 좋게' 이야기해 주는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로 안도의 숨을 쉬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국가》 2권(2.359a–2.360d)에는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라는 가공의 마법 반지가 나온다. 문헌에 의하면 기게스는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의 경호원으로 등장하여 왕비의 미모를 확인시켜주겠다는 왕의 꾐에 빠져 침실에서 훔쳐보다 왕비에게 들키게 되자 둘은 작당하여 역으로 왕을 살해하는 인물이다. 다른 전설에 의하면 반지주인공 기게스는 목동이었다. 큰 지진 후 어느 날 동굴 속을 살피다가 거인시체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발견하고 빼들어 밖으로 나온다. 그는 우연히 자신이 끼고 있는 반지의 흠집 난 곳을 안으로 돌리면 투명인간이 되고 밖으로 돌리면 자신의 모습이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이지 않는 힘'을 갖게 된 기게스는 투명 마법반지를 이용하여 왕비와 간통하고 결국 왕을 살해한 뒤 스스로 리디아의 왕이 된다는 이야기다.
익명의 사회, 밀실의 공간에서 사람은 더 흐트러지기 쉽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강남의 밤 문화 역시 밀실과 익명성을 담보한 일탈이었다.
진짜 모습에 비해 우리의 겉모습은 쇼윈도에 비치는 샘플이다. 우리는 누구나가 '워비곤 호수'에 살면서 자신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특성이 많으며 늘 평균 이상이라고 단정하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들이다.
자신의 능력과 도덕성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을 평균이상효과(BAE, Better than average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2004년 옥스퍼드대에서 실시한 기상천외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는 더 극명히 드러난다. 1000명의 일반인에게 죽어서 천당에 갈 것 같은 유명인들을 물었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79%, 마이클 조던은 65%,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60%로 추정했는데 자기가 죽으면 천국에 갈 것이라는 응답은 무려 87%로 나왔다.
남에게 보이는 잘못은 그나마 빙산의 일각임을 생각한다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라고 스스로에게 위안해야 한다.
'7말8초 개각' 운운하며 벌써부터 몇몇 후보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를 두고 하마평(下馬評), 장‧차관 혹은 정부의 중요한 자리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 하고 고심할 때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이 무성하다.
하마평이란 예전에 군주가 머무는 궁 앞에는 모든 관리들이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그 평은 고대 중국 조나라 때 문객 모수(毛遂)처럼 스스로 천거(自薦)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마부들끼리 쑥덕공론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명명백백하게 분명한 사실은 "마부에게는 진정한 상전이 없다."라는 것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CEO를 모시는 운전기사나 비서에게는 진정한 리더가 드물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린 자연에서 교훈을 배운다.
한여름, 연못 가득 웃자란 연꽃을 가리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말을 한다. 진흙탕에서도 맑은 본성과 향기를 간직하는 연꽃처럼 살라는 당부다.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를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시인의 성찰처럼 때론 넘어지고 좌절할 수는 있었지만 끝까지 맑고 깨끗함(淸淨)으로 탁생(托生) 한다면 인생총량의 법칙에 따라 당신은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
꽃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나비처럼 그런 양심을 잃지 않고 산다면 말이다.
[황용필 칼럼] 당신은 생각보다 더 나쁜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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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설은주 giver-@naver.com
글 : 황용필 성균관대 겸임교수 yphwang@ksp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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