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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Jul 15. 2022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기

마흔한 살에 자전거를 배웠다. 언젠가 ‘4세부터 80세까지 자전거 혼자 배우기’라는 영상을 본 것이 기억났다. 아이가 학교를 간 사이 아이의 자전거로 연습을 시작했다.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균형 잡는 연습부터 시작했고, 이제는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다닐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좋아졌다.     


평소에는 매일 수영을 가는데 오늘은 수영을 가지 못했다. 집에 있으면 티브이를 켜놓고 휴대폰만 들여다볼 것이 빤하여 물통을 챙겨 나갔다. 조금만 타다가 들어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8Km가 넘는 거리를 달렸다.      


달리는 동안 평지를 가장 많이 달렸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도 달려야 했다. 아직 다리에 근육이 생기지 않은 탓에 오르막길을 달리는 것은 힘들었다. 힘껏 페달을 밟아봤지만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오르기 시작했다. 내 옆으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 채로 오르막길을 오른다.   

 

평지를 달리다 보면 오르막길이 나오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내리막길이 나온다. 평지를 달릴 때에는 힘을 주지 않아도 되고, 가끔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오르막길을 오르기 위해서는 페달을 힘껏 밟아야 하고, 내리막길에서는 페달을 밟아서는 안 된다.     


산다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보통의 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든 날이 있고, 좋은 날이 있다. 힘들 때에는 페달을 빠르고 힘들게 밟고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한 걸음씩 힘을 주어 밟아도 앞으로 나아가고, 그마저도 힘들 때에는 내려서 끌고 가면 된다.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좋은 시간들도 찾아온다. 내가 힘을 주어 달려온 만큼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다. 그 좋은 시간들은 브레이크를 살짝 잡으며 너무 빠르게 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기쁨에 브레이크 없이 그냥 내달리게 되면 자칫 사고가 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달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 느리게 달리는 사람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 나보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을 쫓다 보면 위험하다. 그렇다고 나보다 느리게 달리는 사람의 뒤만 쫓다 보면 내 갈 길을 갈 수가 없다. 빠르게 가는 사람은 보내주고, 느리게 가는 사람은 추월하며 일정한 나의 속도를 유지해야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재미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간다. 남보다 빠를 필요도 없고, 그런 사람만 바라보며 쫓아갈 필요도 없다. 빠른 사람에게는 길을 내어주고 느린 사람은 지나치며 내가 추구하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면 된다.     



커브가 있는 구간, 오르거나 내려가는 구간 바닥에는 늘 과속방지턱과 함께 ‘천천히’라는 글이 그려져 있다. 빠르게 지나갈 필요 없다. 그냥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나아가면 된다. 내 길 위에는 나의 자전거와 나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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