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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Feb 24. 2024

반려견이 1년 동안 잠을 안 자는 이유

독이 되는 관계

며칠 전 티브이 동물농장에 1년째 불면증에 시달리는 반려견과 견주의 사연이 공개되었다. 낯가림도 없는 댕댕이 다솜이가 1년째 잠을 자지 않는, 아니 자지 못하는 이유는 놀랍게 견주인 할머니의 과도한 애정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다솜이를 주시하셨다. 행여 추울까 산책할 때는 양말에 덧신, 수면 양말을 덧댄 맞춤복에 엉덩이 가리개까지 장작해야 겨우 산책을 나갈 수 있었다.

출처: 스타데일리 뉴스

때로는 부모의 지나친 애정이 간섭이 되어 아이들이 반항을 하듯, 다솜이는 할머니의 과잉애정으로 인한 움직임을 경계하느라 늘 긴장상태였다. 할머니의 시선이 차단된 공간이 마련되자 다솜이는 그동안 밀렸던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과잉보호는 상대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어린 시절 나는, 첫 손녀로 다솜이처럼  친인척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들의 기대 이상으로 보답하는 게 나에게 주어진 임무라 생각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역시 '집안의 맏이가 잘해야 동생들이 잘 풀린다'였다. 그들의 칭찬이 늘어갈수록 나는 더욱 예민해졌다. 고3, 수험생이 되자 불안감에 잠을  수 없었다.

'자다가 오늘 공부한 거 까먹으면 어쩌지?', '아니야, 자야지 내일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데 왜 잠이 안 오지?'


겨우 잠들어도 식은땀을 흘리며 깨기 일쑤였고  성질에 못 이겨 휴지 뭉치를 던지며 목놓아 운 적도 있다. 공부한 시간에 비해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은 건 당연했다.  


티처스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 공부를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은 거의 꼴찌에 가까운 학생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수학 문제를 푸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지만 수학은 100점 만점에 10점을 겨우 넘었다. 게다가 그 학생은 아침에 가장 일찍 등교하고 누구보다 성실했다.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학생이 할 수 있는 건 해답지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것 외에는 없었다. 답지를  적으며 '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언젠가 성적이 오를 거야'라고 위안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성적이 오를리 만무했다.

나의 공부 방식도 유사했다.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 없이 해답지 풀이과정을 그대로 암기했다. 개념이고 원리고 이해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결과로 보이는 점수였으니까. 커져버린 '인정욕구'때문에 내 안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해 버린 격이다.


식물을 키울 때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식물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햇빛과 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이 너무 적으면 말라죽기 쉽고 과하면 뿌리가 썩어 죽어버린다. 부모 자식, 친구, 연인, 심지어 반려견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혹시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해 누군가에게 과한 애정과 관심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그로 인해 상대가 자신의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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