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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pr 21. 2024

보육원 아이들은 어두울 거란 편견

이모가 잘 몰라서 미안해

마흔이 넘는 삶을 살아오며 최근 가장 큰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다. 온통 '나의 성장'에 집중되었던 삶이었는데 어느 새부터 '이웃과 나눔'으로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봉사활동을 해봐야지' 작정하고 있던 차에 지인이 보육원 봉사활동을 나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도 데려가주세요'


호기롭게 부탁했지만 막상 약속한 날이 다가오니 두려움이 생겼다.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내가 아이들과 잘 놀아줄 수 있을까? 평온하던 일상이 깨지면 어쩌지?'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잠까지 설쳤지만 마음먹은 거, 가보기로 했다. 일요일 2시, 지하철 역에서 지인을 만났다. 쫄래쫄래 그녀를 따라 낯선 골목을 걸어 오르다 보니 아이들이 산다는 빌라에 다다랐다.


함께 할 아이들은 6살에서 9살 남자 친구들이었다. 매달 만나던 선생님들 외에 낯선 사람 하나가 보였지만 아이들은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이모, 이리 와봐요. 우리랑 놀 거예요? 이거 해바라기예요'

'진짜? 이거 민들레 같은데?'

'아니에요. 해바라기예요.'

'그렇구나. 이쁘다'

민들레를 해바라기라고 우기는 아이였지만 뻘쭘해 어쩔 줄 모르던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준 아이가 참 고마웠다.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던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하나씩 나눠줬다. 맛있게 먹던 한 친구가 내게도 초코파이를 줬다.


'이모는 괜찮아. 너 먹어'

'아니에요. 이모도 먹어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 초코파이를 쏙 집어넣는 아이는 이 보육원에서 제일 어린 민호(가명)였다. 이렇게 나눌 줄 아는 착한 민호는 어떤 사연이 있어 이곳에 왔을까 궁금했지만 그 어떤 것도 묻지 못했다.


'놀이터 가서 이모랑 삼촌이랑 놀자'


보육원에서 해줄 일은 딱 하나다. 그저 아이들이랑 재미있게 뛰어놀면 되는 것. 그런데 잘 놀 줄 모르는 나에게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건 '난이도 상'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어설픈 어른인 나의 손을 잡아준 것도 그네를 밀어달라며 내 손을 잡아끈 것도 갑자기 와서 와락 끌어안은 것도 모두 해맑은 아이들이었다. '고마워...'


아픈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라 그늘져 있을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편견이었다. 잘 웃고 장난치고 이야기하는 여느 아이들과 똑같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에 기분 좋았던 일요일, 모처럼 웃고 소리 지르며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


다음엔 이모가 더 힘차게 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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