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있는 사람들의 비법
아침 8시.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폴인(folin)의 새로운 인터뷰가 도착한다. 폴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경력을 쌓아온 사람들- 창작자, 장인, 기획자, 창업자, 전문가 등-의 ‘일하는 방식과 태도’, ‘커리어의 독특함’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매거진이다.
누군가가 어떻게 자기 길을 개척해 왔는지, 그 과정에 어떤 선택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읽는 일은 내게 늘 인사이트를 준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킴'님이었다. 사실 나는 메이크업에도 큰 관심이 없고, ‘저스트 메이크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사람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지면 인터뷰를 읽는 동안, 어느새 팬이 되어 있었다. 화려한 기술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 전달되는 사람, 커리어의 밀도와 결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저스트 메이크업’도 곧 챙겨보게 될 것이다.
그녀는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전공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다행히 좋아하는 영역이 비주얼머천다이징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비주얼로 승부하는 메이크업을 연습했고 전국 메이크업 대회에서의 우승을 했다. 이것을 계기로 파리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녀는 런웨이 백스테이지에서 일하고 싶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파리에 갔다고 해서 바로 기회가 열리는 건 아니었다. 그녀의 말처럼, 파리에서도 웨딩 촬영부터 카탈로그 작업까지 닥치는 대로 경험을 쌓았다. 정작 런웨이 백스테이지에 서게 된 건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서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면 결국 가야 할 곳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는 말이 실감 났다.
그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지위의 높낮이를 개의치 않는 태도였다. 이미 다른 분야에서 충분히 자리 잡은 상태였음에도, 더 배워야 한다면 어시스턴트로 돌아가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말하자면, 응급실 책임간호사가 중환자실에 가서 액팅 간호사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미 쌓은 연차와 책임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된 길을, 그녀는 기꺼이 선택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그녀처럼 주저 없는 태도를 보였을까?'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경연을 준비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결과보다 과정의 성장에 집중하는 사람, 기회를 통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뛴다.
타인의 태도에서 에너지가 느껴지는 건, 그 안에 내가 향하고 싶은 방향이 비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9년 전 처음 진로 멘토링을 시작했다. 전공도, 본업도 아니었지만 하고 싶은 것은 분명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 일을 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 일.
그 마음 하나가 꾸준함을 만들었다. 배우고 정리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진로 강의와 코칭을 시작하며 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 흐름 속에서 체계적인 이론과 실무를 배우고자 대학원까지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이 선명하면, 결국 가야 할 곳도 스스로 드러나는 법이다.
커리어를 단단하게 만드는 건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일을 대하는 일상의 태도다. 매일의 태도가 쌓여 내공이 되고, 그 내공이 다음 선택을 이끈다. 오늘의 나를 움직이는 힘도 결국 차곡차곡 쌓인 일상의 내공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