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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할 수 없는 비극에 대처하는 법

한강, 『소년이 온다』

by 허씨씨s

한강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채식주의자』였다.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이 널리 알려진 탓이었는데, 사실 내게는 조금 거북하게 느껴졌었던 소설이다. 그래서 『소년이 온다』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됐었다. 그럼에도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은 감히 외면하기 어려웠다.


『소년이 온다』는 일종의 판타지다. 제목에서 말하는 소년은 이미 사망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소년의 시점에서부터 서술된다. 그리고 이후에 그 주변 인물들의 시점이 덧붙여진다. 비극에 판타지를 도입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결코 이뤄지지 않을 정의구현이나 피해자에 대한 위로를 판타지로나마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년이 온다』는 그러한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타지를 활용하여 현실의 민낯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것이 위로할 수 없는 비극에 대처하는 한강 작가의 태도라고 느껴졌다.


소설의 문체는 굉장히 간결하고 단단하다. 그리고 술술 읽힌다. 다만 읽고 나면 『채식주의자』 때와 비슷하게 알 수 없는 혐오감 내지 불편함이 느껴지곤 한다. 다만 『소년이 온다』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그러한 비극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된다. 어쩌면 외면하지 않고 철저히 직시하는 것이 올바른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현실이 판타지보다 더 판타지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판타지로도 모두 담을 수 없는 참담한 실상이 존재한다. 이에 애써 위로하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직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있는 변화의 씨앗이 될수 있다. 아마 그러한 이유로 『소년이 온다』가 가치를 인정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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