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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임경선,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3부. 삶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by 허씨씨s
설명할 수 없는 더 큰 가치에 대해.

보통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리는 기준은 그 일이 내게 실질적인 이득을 줄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반적으로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어렵게 고민하고 선택을 내리는 목적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인 것이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렵다면 '자기만족, 충족'으로 바꿔보면 된다. 그리고 행복에는 객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 이렇게 생각하면 어쩌면 바보 같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자꾸 하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이 이해될 것이다. 이 선택이 내게 이득이니까, 내가 편해지니까 머릿속 계산으로 선택하면 얻어지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조금 손해 봐도 되니까, 힘들어도 좋으니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으니까, 라면서 간절히 선택한 것에는 단순히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더 큰 가치가 숨겨져 있다. 거기에는 누가 뭐래도 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모습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내 경우 그 어떤 모습은 '자유'와 '아름다움'이었다.


선택은 가치를 반영한다. 내 선택으로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충족될 때 나다움이 실현된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나다움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내가 삶에서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는 '자유', '책임', '사랑', '감사' 등이 있다.


나의 역량 내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고, 내가 내린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는 온전히 책임지고 싶다. 아무 이유 없이 가진 것을 줄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으며, 그저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의 선택에 납득을 한다는 것은 '이 선택으로 인해 난 잘될 거야!'라는 넘치는 자신감이나 확신이 아닌, 그에 대한 '건전한 자기 의심'도 차분히 갖고 간다는 의미임을 알게 되었다. 자기 의심을 가진다는 것은 인생의 통제 불가능함, 흐릿함, 모호함, 불가해함을 경험하고 끌어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나면 인생이 공식처럼 이것은 성공이고 이것은 실패라는 식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로 알게 된다. 그래서 '잘 내린 선택'이란 긍정과 믿음, 확신과 지나친 들뜸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1.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 이것을 선택했다.
2. 다만 내 선택을 틀릴 수 있고 내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것을 선택하기로 한다.
4. 그래도 난 괜찮을 것이다.

라는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을 가지는 일일 것이다.


선택의 옳고 그름은 시간이 지나서야 드러난다. 따라서 선택에는 자신감, 확신뿐만 아니라 자기 의심도 동반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 의심으로 인해 선택 자체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떻게든 선택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무작위적인 자기 의심이 아닌 '건전한' 자기 의심을 가져야만 한다.


건전한 자기 의심은 나와 세상에 대한 관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선택이 틀릴 수 있음에도 선택을 내리는 것. 선택의 결과가 어떻든 난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관대한 마음을 가지는 것. 건전한 자기 의심은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을 내리고 온전히 책임을 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사람들은 인생 경험이 누적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현명해지기를 바란다. 과거의 실패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는 것에 따라 신중해지며 지혜로운 선택을 하려고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가면 갈수록 '직감'이나 '직관'으로 선택하고 싶어진다. 그 순간 내 마음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선택을 하고 싶다. 그 자연스러움은 분명 나에게 있어서의 행복의 실체를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과 어긋남이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면 책임, 노력, 미움받거나 실패할 가능성 등의 여러 가지 대가를 얼마든지 치를 수 있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다행인 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선택을 용기 있게 내리면서 시행착오를 경험해나가다 보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점점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그런 마음─나는 이런 인생을 살고 싶고 이런 가치를 중시하는구나─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사유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건전한 자기 의심을 곁들인 선택들을 거듭 내리면서, 내 인생을 자율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선택에 있어 '직감'과 '직관'은 비논리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마음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나다움'의 실체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각이야말로 나다움을 말해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삶의 모든 선택은 결국 나를 반영한다. 삶을 살아가고 여러 경험과 선택이 쌓여가면서 '나다움'은 점점 구체화된다. 후회스럽거나 아쉬웠던 순간들도 나다움을 키우는 좋은 자양분이 된다. 그 역시 내가 내린 선택이기 때문이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배워나갈 수만 있다면 더욱더 나다워질 수 있다.


나 자신과 어긋남이 없는 선택을 내리며 내 삶을 주재해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나와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세상을 배우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결국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의 핵심은 선택과 책임 그리고 배움과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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