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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and story Apr 12. 2021

"사회적 동물이 무리를 짓지 않을 수는 없지만..."

[거리의 명언들] 52년생 할아버지에게 묻는 정치, 그리고 서울

결국 사회적 동물이 무리를 짓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 무리가 상대편 무리를 너무 심하게 공격하는 세태는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제1기숙사 근무자 구완모입니다.          



Q. 최근에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으시다면?

= 저희는 경비 업무를 하고, 비정규직이고, 고령자고 이러다 보니까. 제일 힘든 게, 퇴

직자 정원 충원을 안 해주면, 옆 건물 일까지 저희가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세 명 충

원이 안 됐어요. 그럼 일이 너무 벅차고 힘들어서, 저희가 투쟁도 하고 있고. 그게 최근

에 제일 힘들었던 일입니다.



Q. 고령층의 일자리가 적다고 하는데, 막상 인력이 필요해도 잘 안 뽑나봐요?

= 네. 경비처럼 고령층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법령에 의해서 건물이나 아파트 몇 평

이상은 몇 명 이상의 고령자를 채용하는 시책을 정부가 펴줬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70세에도 정정하잖아요.     


그럼 나이먹은 사람들은 노후에 안정되게 일을 하고. 그리고 또 그게 정부의 어느 정도

일조를 하게되죠. 왜냐하면 4대 보험이나 이런 걸 내게 되니까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          



Q.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 제가 볼 때는 자녀를 낳으라고 돈을 주는 방법보다는, 그 아이를 사회가, 국가가 키워줄 수 있는 시스템에 투자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전에 우리 어려서는 방 한 칸에서 네 다섯 명 같이 살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혼자 살아도 행복하지가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앞으로 장래가 없을 것 같습니다.          



Q. 서울 사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제가 서울 올라온 게 70년도니까, 51년 정도 됐죠?    

       


Q. 51년 서울 사시면서 서울이 가장 좋았을 때랑, 가장 어렵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세?

= 저는 70년대 쭉 살아가면서 한 90년대 후 쪽에 오면서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 전에는 상당히 좋았어요.     


정치인들의 농단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은 그렇게 살지를 않는데, 정치

인들은 자기 스타일대로 모든 국민을 끌고 가고, 상대편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생각 때

문에 더 각박하고, 나쁜 얘기도 하고, 욕도 하고 이런 사회가 자꾸 돼가는 것 같아요.   


결국은 사회적 동물이 무리를 짓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 무리가 상대편 무리를 너무

심하게 공격하는 세태는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정치인들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 간단하게 얘기하면, 옛날 말씀에 언필신 행필과(言必愼 行必果)라는 게 있어요. 말을

한 만큼 믿음이 있어야 되고, 행동은 거기에 따른 결과가 있어야 되는 겁니다. 그것을

해줄 수 있는 게 정치인들이거든요. 앞으로의 희망을 주고 우리 국민들한테 뭔가 보여

줄 수 있는 거. 그런 거를 전 원하는 거죠.    


      

Q. 정치와 선거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 저는 뭐 여태까지 한 70 평생 살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믿음은 별로 가지 않습니다.

항상 선거 전에 한 말과 달라지고. 말에 대한 신용이 없어요. 그러면서 도덕성이 자꾸

결여돼가고, 자기 당파적인 이익만 따지니까. 글쎄, 뭐 앞으로도 아마, 정치란 그런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Q. 선생님은 투표할 때 어떤 걸 기준으로 하시나요?

= 저는 사회가 변해서, 이제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

당히 사람들이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젠 어떠한 한 리더보다는 시스템에 의해서 나라

가 결정되고 모든 정치가 돼가야 하기 때문에, 당을 보고 찍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당의 모습이 바람직할까요?

= 당이라는 것은, 민주화가 첫째예요 당 내에서요. 리더에 의해서 끌려가는 당보다는

화합이 되고, 합의 도출을 해서 국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어떠한 법령을 제정한다

하더라도 국민이 이해하고, 밀어주고, 따라갈 수 있는 그러한 것을 해주면 좋은 당이라

고 생각을 하고 찍어드리겠습니다     



Q. 다시 서울 이야기로 돌아와서요, 선생님 젊으셨을 때랑 지금이랑 비교해 보면 서울

이 어떤가요?

= 제가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땐 뭐, 서울 인구가 한 300에서 400만 정도. 지금은

1,000만이 됐잖아요. 삶이, 제가 올라왔을 때는 상당히 풍요로운 삶이라고 봐야 되는

데, 현재의 산업사회라는 게 인성을 각박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Q.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요?

= 글쎄 앞으로는 산업사회, 과학이 발달하다 보니까 모든 게 뭐 저희가 살았던 삶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상상하는 게 좀 어렵지 않겠어요? 손자 때 같으면 세상이 많이 바

뀌리라고 보는데, 그 바뀐 세상이라는 게 전부 다 인터넷 세상이 되겠죠. 그러면서 사람

도 어느 정도 바뀌어 가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Q.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망이나 꿈이 있으신가요?

= 저는 글쎄, 사회적으로는 정치인들이 잘 해서 국민들을 잘 끌었으면 좋겠고, 개인적

인 꿈은 이제 나이 먹고 앞으로 10년 정도 건강하게 잘 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여태 살아보니까 사람이 언행일치가 잘 안 되고, 내 생각만 가지고 사는 것도 어

렵고, 제일 좋아하는 얘기가 화이부동이에요. 같이 살지만 똑같을 순 없잖아요. 기본적

으로 살다 보면은 아마 서로가 협력하고, 같지는 않더라도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 2021년 3월 12일,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만난 경비원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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