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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제이 성훈 Nov 22. 2019

<고도는 기다린다.>


고도는 무엇일까?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날 떠나 버려야 한다는 그 사실을
그 이유를 이제는 알 수가 알 수가 있어요.'

전혀 몰랐다.

초등학생인 나는. 이 가사의 의미를.
그래도 텔레비전 앞에 꼬마는 전율했다.

십칠 년 전 랩을 시작했다.

'한 평짜리 삶에서 백 평짜리 행복을
만들 수 있다'라는 개리 형의 마음이 좋았다.

하지만 '힘들게 들어갔던 대학을 포기한 채
마이크를 잡은 지 벌써 6년째'라는 가사는

솔직히 좀 후달렸다.
래퍼가 되려면 다 때려치워야 하나?

동아리 형에게 술에 취해서 물었다.

'형 대학 포기하고 랩할 수 있어요?'
'못하지. 넌 할 수 있냐?'

아주 자신 있게 답했다.

'저도 못해요.'

닿기에 너무 먼 듯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순 없었다.

십 년 후를 목표로 잡았다.
'난 이 씬의 구세주.'라 외칠 패기도 넘쳤다.

전국을 돌며 프리스타일 랩을 알렸다.
마이크를 잡은 지 4년째 래퍼라 불렸다.

기뻐야 하는데. 불안했다. 경쟁했다.
때론 이겼지만 주로 진 듯했다.

다행히 용케 밥벌이는 했지만
모난 마음이 문제였다.

행운은 늘 함께했지만
감사할 줄 몰랐고 눈이 멀었다.

피해 망상과 우울증이 심해질 즘,
명상, 심리 상담, 영성을 공부했다.

그리고 고도를 만났다.

놀랍게도 고도는 늘 함께하고 있었다.
기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판단하지 않고, 감사하고,
축복하고, 사랑하면 그 기억이 떠오른다.

GOD IS

꿈속에서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선택한다.

평화에 취해서 답해본다.

‘아무것도 포기할 필요 없다.’
‘그저 나부터 용서하면 된다.’  

평생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꿈으로부터 깨어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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