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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을 그리는 화가, 클로드 모네

나의 레전드들

by 더슬로우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306 day


프랑스 노르망디는 해변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일 뿐만 아니라 인상주의의 요람이기도 하다. 여기서 서양미술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데 바로 모네의 '인상, 해돋이'이다. 86년이란 생애동안 오직 자연의 빛만을 찾아 헤맸던 모네는 바다의 매력에 푹 빠진 화가였다. 수시로 변하는 바다의 '빛'들을 담기 위해 끊임없이 바다로 갔다. 같은 장소에 앉아 시간에 따라 변하는 대기의 미묘한 변화까지도 바다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려냈다. 모네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시간의 흐름과 빛의 밝기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는 '물의 풍경'이었다.


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 Impression, soleil levant'(1872)



이 풍경은 모네가 노르망디 주에 있는 르아브르에서 그린 그림으로, 태양이 가장 붉은 때인 해돋이 순간에 르아브르 항구를 바라보며 반사되고 있는 태양 빛에 대한 인상을 담아낸 것이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의 도날드 올슨이라는 천문학 교수는 이 그림과 관련해 천문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모네가 1872년 11월 13일 오전 7시 35분의 순간을 화폭에 옮겼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황당하다고 웃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정확하게 그 시각에 모네가 포착한 인상을 묘사한 작품이 맞을 것이다.


참고: https://m.blog.naver.com/madecolor/20118391832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0C0gB1hh3A



recipe 456. 클로드 모네 '수련'

모네는 미술에 입문한 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빚에 시달렸다고 한다. 친구 '바지유'에게 쓴 편지 속에 자신의 그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며, 자신의 암담한 지경과 빈털터리가 된 좌절과 치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인생과 관점을 180도로 변하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그 당시에 등장한 카메라이다.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해 사실적인 회화 묘사가 퇴색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위기감이 새로운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보다 일깨우게 된 것인데, 마치 지금 우리가 AI에 대한 위기감 앞에서, 어떻게든 예술가들도 자기만의 해답을 찾으려는 것과 비슷하다.


당시 모네의 스승이 속해있던 바르비종파 화가들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고 튜브물감을 들고 바다로 나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당시 모네는 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경화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네'와의 만남으로 인해 모네는 원근법을 버리고 평면성과 단순성을 강조하는, 회화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혁명적인 방법을 마네로부터 배워 그의 화풍에 적용하게 된다.


당시 화가들이 사물의 형태와 사실적 묘사에 집중했다면, 모네의 관점은 달랐다. 오직 '빛'만으로 풍경, 인물, 사물 등 모든 대상을 정확하게 포착해내며, 빛이 있어야 자연을 볼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인상(Impression)'이라는 이름을 처음 쓰게 된 사람이 모네이다. 그의 화풍을 보고 그냥 대충그린 그림이 아니냐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물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물에 비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사물이 지닌 고유의 색은 없다. 사물의 색은 '빛'에 의해 변하는 것이다. 사물이 지닌 고유의 형은 없다. 사물의 형은 '빛에 의해 변하는 것이다. - 클로드 모네


그는 자연을 빛의 반사로 탄생한 무수한 색채 조각의 총합으로 보기 시작하며, 똑같은 대상을 관찰하고 반복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빛의 변화를 완벽히 포착해내려 했다. 그는 장님이 막 눈을 뜨게 되었을 때 바라볼 수 있는 장면을 그리고 싶어했다고 한다. 모네는 인간에게 불을 선사한 프로메테우스처럼, 암흑 세상에 빛을 선사하는 태양, 그 태양의 빛이 만들어내는 지금 이 순간의 인상을 담아내려고, 평생을 노력했던 화가였다.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The Water-Lily Pond)›(1917~1920)



자연을 사랑했던 그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후 지베르니에 정원이 딸린 집을 구입해, 그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열정을 다했다고 한다. 그 연못에서 핀 수련을 연작으로 그려내기 시작하며, 오랑주리의 장대한 수련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수련이 떠 있는 연못에 비친 흰 구름과 버드나무 가지를 그린 이 작품에서는 모든 대상이 수직으로 세워진 평면 위에 공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련과 연못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는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정확하게 무엇을 그린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추상적이기도 하다. 이런 점은 수련 연작이 현대회화, 특히 추상미술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베르니 정원이나 오랑주리 수련, 아내 카미유의 그림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모네는 바다와 물을 많이 그린 작가남아있다. 배고팠던 시절은 매일같이 노르망디의 바다를 찾아갔으며, 부유해졌을 때는 자신의 세계 안에 연못을 만들고 그 물에 비친 수련 그려냈다. 수련 연작을 그릴 시기에 백내장으로 인해 화풍이 조금씩 흐려가기도 했을 정도로, 그가 포착한 그림은 그가 인식한 인상 그대로를 담아낸 순수 그 자체 이다.


참고: https://youtu.be/5zVd8siCbzE?si=EgJLFI1nt39SVNVH



목표일: 306/365 days

리서치: 456/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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