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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훈 May 22. 2021

모두가 마음 편히 쉬었다 갈 수 있기를, 릴리프 커피

의자가 너무 편해서 기절할 뻔


 최근 오픈하는 카페의 유형은 정말 다양하지만, 굳이 분류해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하나는 "이 세상 카페 중에 내가 제일 힙해!"라며 겉모습부터 내부까지 힙함으로 가득채운 힙스터의 공간이거나 아니면 "됐고 나는 넓은 공간에서 조용히 커피 마시고 싶어!"라며 전시장인지 카페인지 모를 그런 정적인 공간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자칭 힙스터라고 말하는 필자는 그동안 힙한 곳들을 자주 다뤘으니 오늘은 이름부터 정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곳을 다뤄보겠다. 경기도 시흥에 닻을 내린 릴리프커피이다.



릴리프 커피의 릴리프(Relief)는 안도, 안심, ‘마음(근심)을 내려놓다.’ 등의 안정적이고 따뜻한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품어 아이덴티티로 삼았다. '우리가 흔히 안도하며 안심하는 순간은 대개 마음속의 짐이, 혹은 걱정과 근심거리가 해소되는 순간일 것이다.'라며 마음을 내려놓는 편안한 상태의 커피 바를 표현했다. 방문한 모든 고객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릴리프커피에서 보이는 모든 창문은 초록색 풍경이다. 초록색 알레르기와 커플 알레르기 있으신 분은 이곳을 피하시길


 외곽에 자리 잡은 여느 카페 공간들처럼 릴리프의 건물은 그만의 느낌을 각진 건축물에 담았고, 그 사이사이마다 나무들을 심어 우아함을 더했다. 특히 소나무를 많이 심어 사시사철 푸르른 느낌을 한가득 챙겼다. 개인적으로 녹음(綠陰)이 짙은 창밖을 좋아하는 편인데, 릴리프의 창밖 풍경은 모두 푸르른 나무들로 가득 물들었다. 많은 차를 수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주차장도 널찍이 있고, 건물 주위로는 아주 미니멀한 산책로도 있어 건물을 뺑 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는 듯하다.


방문객 저마다의 개성대로 휴식을 취하면 된다.


 늘, 언제나, 매번, 자꾸 말하지만, 입구로 들어오면 일단 해야 할 일이 있다. 넓게 트인 공간에서 가장 아늑하면서도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나만의 자리를 찾는 것이다. 릴리프커피는 모든 좌석이 나름의 메리트가 있지만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가운데 큰 테이블보다는 2인석이 더 편한 건 말 해야 입만 아프다. 2인석 중에는 높은 테이블과 낮은 테이블이 있는데 필자는 낮은 테이블을 추천한다. 낮은 테이블과 함께 놓인 의자는 각도가 위를 향해있어 엉덩이를 대면 쭉 미끄러져 엄청나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준다. 다만 등을 등받이에 딱 밀착하게 되면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일행과 큰 소리로 말해야 할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리가 멀어진다. 조금만 더 편하게 앉았다간 의자 뒤편에 앉은 다른 손님과 뒤통수로 인사할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꽤 괜찮은 포토존이다. 날 좋을 때 이곳에서 찍어보시라. 아마 배경이 당신을 돋보이게 해줄 것이다.
그저 돌덩이를 가져다 놓은 것 뿐인데 공간이 한층 묵직해진 느낌이 든다.


2층 테라스는 실내와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이곳은 필자가 생각하는 릴리프의 대표적인 포토존이지만 워낙 다른 공간에도 잘 나오는 사진 스팟이 많으니 빛 잘 드는 곳을 잘 찾아 찍도록 하자.  공간에서 눈을 돌릴때면 꼭 돌이 하나씩 눈에 걸리도록 배치했다. 묵직한 돌들 덕분에 공간에 무게감을 더해지는 듯하다.


시즌의 맞는 커피와 그 커피에 맞는 메뉴로 준비되는 릴리프커피의 디저트류


심플하면서 정적이고 안정감 있는 커피 바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커피 바 밑으로 숨긴 비다스테크의 모아이 바 시스템을 채택해 심플함을 한층 더 높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라인더까지 넣었다면 미니멀리즘의 끝판왕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에헴. 아, 릴리프커피는 마이크로랏 커피를 중심으로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 메뉴를 제공하며, 1층에 자리를 잡고 필터 커피를 주문한 뒤 요청하면 내가 있는 테이블까지 찾아와 핸드드립을 시연한다. 필자는 2층에 자리를 잡아서 요청을 못 했지만 브루잉 커피가 익숙지 않은 방문객들에게는 멋진 시간을 제공할 듯하다.


맛있고 시원하게 잘 마신 커피


 서울 사람들에게는 경기도 시흥이라는 동네가 찾아오기도 번거로울뿐더러 차를 타고 꽤 나와야 하지만 부천 스타필드가 근처에 있고 놀거리도 많아서 일명 '뽕'뽑고 갈 수 있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도 릴리프커피의 동네인 시흥은 필자의 모교 고등학교와도 그리 멀리 않은 곳이라 마음이 더 가지만 사실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또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마에 태풍까지 곁들여 매일매일 비에 젖은 생쥐 꼴로 출퇴근을 하는 터라 어딜 나가기가 꺼려지지만, 하루쯤은 릴리프에서 안정을 취해보는 건 어떨지.




※ 글, 사진 :  BW에디터지훈

instagram : @ljhoon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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