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인데 정겹다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공간
2018년 봄, 갑자기 SNS에서는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라며 인플루언서들의 SNS에서 사진이 쏟아져나왔던 적이 있다. 아마 블랙워터이슈 회원 중에도 SNS를 많이 하는 분들은 아마 본 적 있거나 방문해봤을 것이다. 필자도 사실 이때부터 계속 방문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연남동과는 인연이 없어 방문하지 못하다가, 최근 퇴근한 뒤 큰맘 먹고 드디어 방문했다. 지금 봐도 붉은 벽돌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독특한 커피 냅 로스터스이다.
커피 냅 로스터스의 로스팅룸이자 본점은 사실 평택에 있다. 양조장이었던 공간을 널찍한 카페 공간으로 재생 건축한 공간인데, 연남동은 더 많은 분들에게 조금 더 가깝고, 조금 더 편하게 지향하는 바를 소개하고자 연남동에 팝업스토어이자 쇼룸으로 오픈했다.
공간은 무척이나 독특하다. 바닥은 겹겹이 쌓은 벽돌로 언덕을 이루고 있는데 이 언덕은 커피 바 보다 더 높이 올라간다. 이 자리에 앉을 사람은 자유롭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사진만 찍고 내려가기도 한다. 나름 이곳의 시그니쳐니까 필자도 끝까지 올라가 봤다. 바리스타분이 내려다보이고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왠지 무대 위에 올라간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필자는 관종이지만 멍석 깔아주고 뭘 시키면 잘 못 하는 어중이떠중이라 괜히 부끄러운 일 생기기 전에 얼른 언덕에서 내려온다. 하지만 주인공은 하고 싶은걸.
바깥 공간은 어딘가 미니멀한 느낌이 든다. 1층 단층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외관의 한쪽 벽면에 설치된 바 테이블은 일본 영화에서나 이따금 볼법한 카페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나 볕이 잘 드는 시간에 이 공간에 있으면 왠지 일본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그 때문인지 볕이 따사롭게 들이치는 오전에 모닝커피를 마시러 많이들 찾는다고. 참고로 오픈은 오전 9시다. 이곳은 아침 해 뜰 때 방문하면 분위기가 참 좋을 것 같은데.. 대표님... 반차 좀 쓰고 모닝커피 좀 즐기다 오겠습니다.
연남공원 끝자락, 경의선 기차 소리도 끊긴 밤에는 한없이 적막해지는 동네에 위치하다 보니 이 시간대가 되면 그제야 동네 주민들이 여유롭게 방문하는 듯하다. 강아지와 산책하다가 목 축이러 들어오는 사람들, 운동 끝나고 커피 한잔하고 가시는 분들, 또 그런 와중에 서로 아는 동네 주민끼리 마주치며 근황을 나눈다. 이런 모습들을 보니 커피 냅 로스터스는 이미 이 동네의 일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으면 나 같아도 산책할 겸 자주 들를 듯싶다. 필자가 사는 동네엔 아무것도 없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곳은 애견 맛집이다.(?!) 주민들은 반려견과 함께 꽤나 많이 모여든다. 필자가 있던 몇십분 정도만 해도 리트리버와 비숑 프리제, 진돗개를 봤으니 말이다. 실내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없지만, 밖은 넓은 골목이라 여유 있게 야외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올해 4월, 커피 냅 로스터스가 연남에 자리 잡은 지 만으로 3년이 되었다. 3년 동안의 행보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나, 최근 방문했던 경험으로 봤을 때 이곳은 이미 핫플이라는 단어보다는 동네에 녹아든 주민들의 쉼터, 또는 산책러들의 휴게소 정도의 단어들이 훨씬 어울리는 듯했다. 여전히 이곳의 힙스러움에 이끌려 방문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밤의 분위기는 동네 주민들만의 특권인듯하다.
20년 10월엔 한남동에 세번째 공간을, 그리고 제주에 4번째 공간을 준비중이다.
최근 골목골목마다 괜찮은 공간들이 많이 생겨난다. 덕분에 지도 어플을 보지 않고는 찾아가기 쉽지 않지만, 그래서 동네에 자리 잡은 공간이 더 애착이 간다. 핫플이지만 정겨움이 더 묻어나오는 곳, 맛있는 커피와 따뜻해지는 기운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커피 냅 로스터스에 한번 방문해보시길.
※ 글, 사진 : BW에디터지훈
instagram : @ljhoon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