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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욱 Mar 25. 2019

아들과 함께하는 수학 시간 - "도형/연산의 기본"

아빠만 즐거운 수학 시간

가끔 아이들과 수학 공부를 같이 하다 보면, 성향이 참 많이 다른 것을 느낀다.

첫째 아이는 연산을 너무 귀찮아한다. 그런데 도형 관련 각도를 구하는 문제나 합동을 찾는 문제를 만나면 신나서 진도를 나가곤 한다. 둘째 아이는 이제 2학년인데 연산을 너무 좋아한다. 혼자 앉아서 '이런 걸 왜 좋아하지?' 싶을 정도로 단순한 연산을 계속 푸는 걸 좋아한다.


초등학교 수학을 아이들과 같이 공부해 보니 대부분 도형과 연산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도형과 연산은 아이들의 특성만큼이나 공부하는 방식과 고려해야 할 부분이 너무 달라서 잘 가르치고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다.


- 도형 -
by Gerd Altmann on Pixabay

초등학생의 기하학은 길이, 각도, 합동, 대칭 등 그림만 잘 그리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배운다. 그러나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그림이 오히려 문제를 푸는데 많은 오해를 주기도 한다. 시각적인 착각 때문이다. 기하학에서의 수학은 모든 것을 의심에서 시작한다. 


'같지 않을 수 있다' 


좌우에 삼각형이 '같아'보여도,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제에 나온 삼각형을 내가 그려보니, 한쪽이 직각처럼 보인다. 그러면 문제 푸는 아이들은 '음... 그래 여기가 직각이니까...'라고 착각으로 시작한다. 내가 그린 그림이, 혹은 문제에서 제시된 그림이 특정 조건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꼭! 문제에서 '문. 자.로' 확인을 한 후에 풀어야 한다. 


다음은 도형의 정의에 관한 부분이다. 초등 기하 문제에서 '도형의 정의와 특성'은 매우 중요하다. 삼각형, 정삼각형, 직각삼각형의 정의와 합동 조건, 그리고 정사각형, 직사각형, 마름모, 평행사변형, 사다리꼴의 정의와 각 정의의 차이점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이 부분은 철저한 암기와 암기된 내용마저도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검증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사각형을 보면서, '어 사각형 각 변의 길이가 같네'라고 생각하면서 '마름모'를 떠올리지 못하면 낭패다. 각 도형의 정의를 이해하고 암기할 때는 항상 '쌍방향'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도형을 보고 '정의'를 떠올리고, '정의'를 읽고 도형을 떠올리는 훈련이다. 


기하학 관련 문제에서 또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삼각형의 힘을 이해하는 것이다. 삼각형은 합동 조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장 작은 도형이면서, 이등변 삼각형은 각도 하나만 알아도 나머지 두 개의 각도를 알 수 있고, 직각 삼각형은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해 웬만하면 길이까지도 쉽게 알 수 있다. 원과 사각형이 뒤섞여 있는 문제에서도 웬만한 문제는 삼각형을 하나 잘 그려 넣을 수 있는 것으로 해결이 되곤 한다.


이렇게 기하학 관련 문제는 눈에 보이는 '착각'을 의심하고, 도형의 '정의'를 확실히 외우고, 문제를 쉽게 만드는 '경험적 팁'을 습득하면 의외로 쉽게 풀어낼 수 있다.



- 연산 -
By BossNigga on Pixabay

초등학교 연산은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 반, 수식을 '써'내는 것이 반이다.


다만 3,4 학년 수학을 공부하다 보니 문제 자체에서 명확하지 않고 오해를 일으킬만한 문제가 종종 보였다. 처음 보는 아이도 이해하기 힘들고, 각종 조건과 계산 방법을 많이 알고 있는 어른은 전제 조건이 없어서 힘든 경우다. 이런 건 접어두고.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에 이미 푸는 방법이나 힌트가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즉, 국어 정독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읽어내는 수학 문제들인데 문제의 의미를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나, 흘려 읽는 경우가 많다.

'아래 숫자를 한 번 씩 써서', '정사각형의 합동 조건이 아닌 것은', ...

문제를 보면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내가 뭘 알아야 풀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풀려고 하는 문제를 수식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다. 암산으로 풀거나, 자기가 암산으로 안 되는 부분만 부분적으로 끄적여서 풀 거나한 방법은 저학년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최소한 내가 뭘 풀려고 하는 구나라는 것은 본인이 써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내가 뭘 알아야 하는 건지, 내가 모르는 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이제 5학년 6학년이 되면 한 줄만에 풀리지 않는 연산 문제들이 나온다. 그럴 때는 수식을 세우지 못하면 문제 풀이를 완성할 수 없고, 후에는 검산이 어렵다. 이렇게 수식을 쓰지 못하면 나중에 계산 과정의 어디에서 틀렸는지 검토가 불가능하고, 군데군데 쓴 숫자의 더미 속에서 그다음 단계로 나가기 어려울 때도 많다.


여기서 한 가지는 기본적으로 글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수식 쓰는 걸 귀찮아한다. 쓰는 걸 싫어하면 수식을 세우지 않게 되고 수식을 안 쓰고 글 쓰기를 연습하지 않으면 글씨도 엉망이 된다. 글씨가 엉망이 되는 이유는 글씨를 잘 써야 할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워낙에 심미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모를까, 굳이 왜 잘 써야 하는 지를 모르는 아이들은 글씨가 개발 세발이다. 


글씨를 '알아볼'수 있게 쓰지 못하면, 긴 계산을 할 수 없고, 결정적으로 본인이 쓴 숫자를 본인이 읽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중학교에 가서 잡기는 힘들다. 미리 초등학교에서 기본적인 정독, 글쓰기 연습, 알아볼 수 있게 쓰는 연습이 되어야 수학에서 수식을 세우고, 본인의 미진한 부분을 빨리 찾아서 효율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


초등 수학을 잘 하려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해 보니 아이들이 도형을 풀지 못할 때, 연산 문제를 잘 풀어내지 못하거나 자주 틀릴 때 그 이유가 보인다. 학교에서는 교과과정을 배우고, 학원에서는 선행을 한다고 하면서 '이제는 중등 과정 선행, 친구는 고등학교 과정 선행' 등등 지식은 늘어가고 기술을 배우는 것 같으나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도대체 이 아이가 이런 식으로 배운 수학이 인생에 도움이 될까 싶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문장을 읽고 그 안에서 조건을 추출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기반 지식에서 맞는 정보를 찾아내고, 문장과 생각을 수의 언어로 표현하고, 단계를 밟아 단순화시키고 풀어가는 과정, 그리고 풀었던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틀린 곳이 있는지, 왜 틀렸는지를 찾아내는 검증의 과정. 이런 모든 것들이 그냥 '문제풀이'라는 이름으로 단순 정량화된 현실이 안타깝다.


국어적 능력을 바탕으로 절차적이고 논리적인 수학적 사고를 발달시키고, 자기의 논리를 주장할 수 있는 논증을 연습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윤택하게 하고,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사람으로서의 근본적인 존재의 이유와 보람의 기쁨을 얻게 하는 바로 배움의 이유임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가르치고 또 깨닫게 하는 그런 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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