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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Feb 28. 2021

캄보디아, 모든 게 낯설다.

첫인상 꼴지, 캄보디아

캄보디아는 지금껏 가본 어느 나라보다도 덜 개발된 국가였다. 도로는 정비되지 않아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흙먼지를 일으켰으며 수백 km를 달리는 동안 제대로 된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버스를 따라 창밖으로 희뿌옇게 흩어지는 흙먼지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아프리카에 온 착각이 들었다. 흙먼지들과 함께 7시간에서 8시간가량을 달렸다. 지금에야 버스가 개발되어서 다행이지, 만약 오픈된 트럭의 짐칸 혹은 오토바이 뒤에 탑승하고 이 길을 달렸더라면? 내 폐는 아마 10년 치 먼지를 한꺼번에 마셔 성치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새로운 모습의 나라를 마주하는 것이 좋기도 했다. 무언가 나의 상상의 한계가 넓어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 가지 못했다.


마침내 시엠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시엠립은 내가 가봤던 어느 나라보다 침울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낡고 낮은 주택들 가운데 혼자 우뚝 솟아 있는 백화점 한 채는 이곳의 빈부격차를 나타냈다. 거리에는 목이 늘어난 민소매 한 장 입은 아저씨들이 무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나 여성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식당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고 무서운지. 축 처진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그나마 캄보디아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었던 일본인 친구가, 이곳에서는 일부러 조금 가격이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고 했다. 왜냐면, 여기서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다가 어떤 곳에서 잠을 자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숙소의 시설은 내가 지금껏 다녀본 곳 중 최악이었다. 방에는 모기와 나방과 이름 모를 날 것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으며 침대에서는 케케묵은 곰팡냄새가 진동했다. 설상가상으로 문은 우리나라의 옛날 똑딱이 잠금 방식이었는데, 당최 잠긴 것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나마도 다른 곳에선 돈을 아끼고자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지만, 이곳에선 치안을 위해 나름대로 예약한 호텔 방이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시엠립의 첫인상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나는 가시지 않는 공포와 모기들에 시달리며 잠을 설쳤다.


(앙코르와트를 가기 위해 시엠립에서 주무신다면, 반드시 4성급 이상의 호텔을 예약하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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