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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Aug 09. 2024

갓생의 의미

나의 행복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삶

아침 7시쯤 출근하는 삶도 어느덧 8개월째 유지 중입니다. 처음엔 힘들었던 얼리버드 라이프가 이제는 익숙해져 삶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업무 욕심이 크면서도 야근은 줄이고 싶어서 아침 시간을 레버리지 시작한 것이었죠. (아침 7시 사무실 도착, 저녁 7시 사무실 퇴근) (관련 글 : 시간이 없다는 거짓말)


원래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수많은 것들을 나름의 루틴 속에서 끌어가고 있었는데요, 매일 아침 7시 출근하는 모습이 워낙 자극적이어서 그런지 최근 들어 '부지런함', '생산적임' 등의 피드백들을 부쩍 많이 받고 있습니다. 피드백 중에서도 유독 낯간지러운 표현은 '갓생'이었어요. 삶에 있어 특별히 정해진 답이 없을 텐데, 대체 어떠한 맥락에서 갓(God)이라는 표현이 붙는 걸까요.


제가 정의하는 갓생은 절대적으로 정의되어 구성된 삶의 양태는 아닙니다. 갓생이란, 내가 원하는 걸 하면서 하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한 단계 추상화해 보면, 나의 행복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삶이라고 표현하고 싶고요. 갓생의 흔한 정의 속에는 '부지런', '생산적'이 포함되던데, 굳이 원하지 않는 것을 부지런히 할 필요는 없겠지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바쁨의 이유, 부지런함의 이유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는 셈이죠. 




나는 무얼 할 때에 행복을 느끼지?

저는 딜라이트룸의 알라미 PO 이자, Squad 들을 총괄하는 Head로 일합니다.
GBC라는 글로벌 스타트업 대표님/리더들의 커뮤니티를 운영합니다.
위스키키라는 위스키 테이스팅 노트 앱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랑구 하우스에서 남편 역할을 수행합니다. 각종 집안일과 가계 행정 업무를 담당합니다.
한 달에 한번 여행을 갑니다.
일주일에 두 번 PT를 받고, 일주일에 한 번 농구를 합니다.
격주에 한번 개인 회고 글을 씁니다.
한 달에 한번 달리기를 합니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습니다.
한 달에 2~3 개의 배움 글을 씁니다.
한 달에 20여 개의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화를 나눌 때에 행복을 느낍니다. 친구들, 동료들과의 수많은 저녁 약속의 동력이며 사랑하는 와이프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이유입니다. 


저는 저의 사회적 효용이 증대할 때에 행복을 느낍니다.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자 하는 동력, 성과의 근간이 되는 배움을 곱씹고 휘발되지 않게끔 글로 남기고자 하는 요인, 회사 밖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류하고자 하는 욕구도 다 이 행복을 취하기 위함입니다. 더 나아가 제가 만든 제품, 서비스가 유저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에서도 행복을 느낍니다. 이 또한 저의 사회적 효용이기 때문이죠. 간헐적으로 진행하는 멘토링, 강연, 컨설팅도 소득 측면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데에서 큰 행복을 느낍니다.


저는 위 모먼트를 체력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매일 7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합니다. 

저는 위 모먼트가 여전히 유효한지 돌아보기 위해 개인 회고를 하고, 사색을 위한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습니다. 필요에 따라 이를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고, 새로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루틴들을 가득가득 수행함에 있어 전혀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오히려 행복을 느끼죠. 가끔 힘든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심해도 스스로 금방 행복을 되찾습니다. 

나는 무얼할 때 행복을 느끼지? 한번 깊게 생각해보고 정리해보세요.


행복을 느끼는 모먼트 늘리기 


행복을 느끼는 모먼트를 인지했다고 바로 갓생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 모먼트를 늘려야 합니다. 여기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 돈 버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튼튼한 몸을 갖고 싶어 -> 운동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다짐을 해도 잘 안된다면 아래를 돌아보면 좋습니다.


01.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맞는지 되묻기


노력이 잘 안 되고 의지가 잘 안 올라온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행복 모먼트들을 보면서 나의 행복 모먼트도 저것일 것이라고 착각한 걸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주입된 무의식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술 마시는 횟수를 줄여 건강한 몸을 갖되 줄어든 술자리로 재미와 흥이 줄어드는 삶"
vs
"꾸준한 술자리로 재미와 흥을 가득 채우되 술로 인해 덜 건강한 몸을 갖는 삶"


저 같은 경우에는 후자를 택하고 있습니다. 줄이려고 노력해 봤는데, 안되더라고요. 

전자는 제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니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불행을 느끼진 않습니다. 명확하게 전 후자가 더 행복하거든요. 



02. 정말 원하는 게 맞으면 힘 빼고 시작하기


정말 원하는 것일수록 급발진하기 마련입니다. 힘을 잔뜩 주고 완벽을 기하려 하다가 실패하고 말죠. 힘을 잔뜩 주는 것이 행복 모먼트에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힘을 빼고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예상하여 선택을 한번 해보면 좋습니다. 


"인기 많은 곳으로 미리 예약해서 갓벽한 여행을 즐기되 결과적으로 1년에 한두 번만 여행하기"
vs
"그냥 번개로 즉석 준비해서 조금은 아쉬울 수 있는 여행을 즐기되 1년에 12번 여행하기"


실제 제 경험인데요, 저는 후자가 훨씬 좋더라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전혀 아쉽지도 않았고요. 덕분에 매월 여행을 휙휙 잘 떠나고 있습니다. 이번 8월 여행지는 아직 못 정했지만, 어디든 번개로 휙 갈 것은 분명해요. 


처음에 글쓰기를 시작하고는 글을 분기에 한편도 쓰질 못했습니다. 배움을 남기고 싶은 욕구는 명확했는데, 이행이 잘 안 되었습니다. 아주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이지요. 당시 썼던 초기 글들을 보면 딱 봐도 분량이 길고, 많은 노력이 담긴 느낌이 낭랑합니다. 개요를 쓰고, 초안을 쓰고, 퇴고를 하고... 결국 발행을 못하게 되니 썩 만족스럽지 못하더군요. 


"완벽을 기하여 분기에 한편 각 잡고 글쓰기"
vs
"캐주얼하게 배움을 남겨 조금 아쉬울 수 있는 글을 쓰되 분기에 10편 편하게 글쓰기"


놓고 보니 저는 후자가 더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배움을 몇 개 남기지 못하는 것보다는 남기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았어요. 이 생각이 불현듯 자려고 누웠던 침대 위에서 떠올랐는데요, 바로 부엌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휘리릭 글을 써봤어요. 캐주얼하고 편하게 쓰는 것이 핵심이다라는 생각으로 30분 만에 뚝딱 글이 한편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글쓰기가 제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덕분에 제 행복 모먼트가 추가되었습니다. 


갑자기 글을 쓱쓱 쏟아내기 시작했던 시기. 이때부터 4년간 100여 개의 글을 남길 수 있었다.



행복을 느끼는 모먼트 최적화하기 


힘 빼고 시작한 루틴이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힘을 거의 주지 않더라도 루틴이 돌아가게 됩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모먼트들이 저의 큰 노력 없이도 잘 동작하여 시도 때도 없이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죠. 이 효능감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제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해당 행복 모먼트에서의 최대 행복 지점을 찾아봅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하면서 아침 시간 활용의 효능을 꾸준히 느끼고 있다면, 한번 아침 6시에도 출근을 해봅니다. 1시간의 추가 시간이 확보되어 효능이 늘겠지만, 그만큼 추가 노력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이게 힘들다면 원래의 7시 출근이 더 최적이었다는 의미겠지요. 이게 괜찮다면 시간을 더 앞당겨 출근하면 되고, 행복의 크기가 더 커지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러한 시도 끝에 7시 10분쯤이 딱 좋은 시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6시 30분에 출발) 


지금 저의 다른 루틴들도 비슷한 시도의 결과물입니다. 일주일 3회 달리기도 시도해 봤는데, 잘 안되더군요. 저에게는 월평균 1회가 딱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 저녁 약속을 한 달에 30개 넘게도 잡아보았는데 그건 좀 체력적으로 힘들더군요. 15개~20개 내외가 제게는 맞았습니다. 개인 회고를 바쁘다는 핑계로 월 1회로 늘어졌던 시기가 더러 있었는데 삶 회고 주기가 짧아진 것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이후 어떻게든 2주에 한 번은 챙겨서 하게 되었지요. 





내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인지하고, 그 모먼트를 늘릴 수 있고 또 최적화할 수 있다면 이는 곧 내 삶의 행복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해볼 시간이 없어 바쁘다구요? 

그럼 또 선택을 해봅니다. 


"생각해볼 시간이 없이 바쁘게 살며 특정 이득을 취하되 행복을 컨트롤 하지는 못하는 삶"

vs

"바쁨을 멈춰 일시적인 손해를 보되 행복 모먼트를 인지하고 컨트롤하는 시도를 해보는 삶"




행복을 느끼는 것도 습관이다.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도 능력이고 기술이다. 

이미 그런 습관을 갖고 계시고, 그런 능력과 기술을 갖고 계시다면 이미 갓생을 살고 계신 거라 생각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모든 예시를 극단적으로 나누어 이분법처럼 구성했지만, 내가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그 두 선택지 사이 어드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억지로 극단적으로 나누어 생각해보는게 선택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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