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한 의도적 불균형
취미부자인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선 시간을 매우 쪼개서 쓰거나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우 불규칙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중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이 워라밸을 지키기란 정말 힘든 것 같다. 더군다나 나에게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이 우선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삶이 중요할 때는 삶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일과 삶이 동일선상에서 가는 균형이 아니라 결국에는 합했을 때 0이 되는 상태가 중요한 것 같다.
한창 20년 투자붐이 일 때 자고로 투자는 분산투자지 하면서 어느 유망주에 몰빵 하기보다는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을 대상으로 분산투자를 엄청 했었는데 지금은 -40% 정도 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느 하나의 수익이 다른 어느 하나의 손실을 메워준다는 포트폴리오 이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요즘 현시대에 있어서는 분산해서 투자할수록 균형을 맞춰가기보다는 손실을 맞춰 가는 느낌이다. 차라리 포드나 애플, 이런 것에 집중 투자를 하면 지금 와서 수익률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미래를 아는 사람이 아니니까 위험 회피 성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바이올린을 같이 배우는 OO님은 가치평가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의 직업을 계속할지 휴직을 하고 공부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이올린 선생님 말씀은 뭔가 보험이 있으면 오히려 더 열심히 안 하게 되고 절박함이 떨어져 결국에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힘들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 일을 그만두고 올인을 하라셨다. 이런 게 목적을 위해 그것만 바라보고 모든 차선책들을 제거하는 의도적 불균형이 아닐까 싶다. 결국에는 다른 안전한 선택지를 없애버림으로써 그 목표 달성만을 바라보게 하고 갈구하게 만드는 현상. 위험감수성에 따라 각자 선택은 달리 하겠지만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배수의 진이라는 불균형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 2022 서울커피 앤 티페어에서 물건을 팔 때도 이런 불균형의 장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 회사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식품 중에는 10종의 스틱티가 있다. 그런데 그 10종의 스틱티 중에서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것은 포레스트베리와 얼그레이 블랙티였는데, 결국 따지고 보면 그 상품의 판매량이 여타의 상품의 매출의 합과 같았다. 이는 마치 20:80 파레토 법칙과 비슷한데, 결국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부의 80%를 창출한다든가, 전체 성과의 대부분이 몇 가지 소수의 요소에 의존하는 듯하다. 결국엔 보여주고 싶은 물건이 많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그니처 아이템 하나에 온 힘을 기울여 대박을 친 후에 나머지 상품을 하나씩 보여주는 게 더 성공확률이 크다는 걸 조금 느끼고 있다.
대표님과 행사장에 가는 중에 지인 중 다재다능한 분을 이야기하셨는데 대표님은 그분을 약간 걱정하고 계셨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니 모든 것을 다 균형 있게 잘하다 보니 그 사람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없고,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나이를 더 먹으면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현재 나 자신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는데, 취미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내가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나중에 시간이 흘렀을 때 나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불균형일지라도 전체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니 불안해하지 않고 내가 믿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