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강하다. 바람이 불어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외부에서 상당한 힘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나무는 쉽게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오랜 세월 뿌리를 땅 속 깊게 내렸기 때문에 웬만해선 잘 흔들리지 않고 오랜 세월 그 장소를 묵묵히 지킨다.
그런데 나무는 또 연약하다. 나무는 오랜 가뭄을 겪으면 말라죽는다. 뿐만 아니라 건조한 봄에는 약한 불씨 하나가 거대한 산불을 일으킬 정도로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있다. 마지막으로 각종 병충해에 취약한 나무는 온갖 해로운 곤충에 의해 병에 걸리기도 한다.
강점이 때론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강점도 관리를 해야 한다.
나무의 양면성을 보며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의 물리적 단단함을 믿고 방심을 하는 순간, 화학적인 공격에 당하고 만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킬 것 같아도 불이 붙는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또는 병이나 해충에 의해 자신의 몸이 조금씩 죽어갈 수도 있다. 말라죽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나무는 생활 곳곳에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변형하기 쉽고 어디든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
나무의 이중성 때문에 예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가공이 되어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거시설이다. 바람이 불어도 쉽게 날아가지 않는 나무를 목재로 가공해서 건물을 짓는데 활용했다. 나무는 돌에 비해 가공하기가 쉬워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지을 수 있었지만 불에 잘 탔기 때문에 화재가 나는 순간 불타 없어지고 말았다. 나무는 이동수단에 있어서도 혁신을 가져왔는데 물에 잘 뜨는 성질을 활용하여 배를 만들었고 그 밖에 마차, 수레 등으로도 활용하였다.
나라는 사람은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다재다능한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
이런 나무의 다변성을 보며 다방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마치 나무라는 소재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 자체보다 가공되었을 때 그 실용성이 배가 되는 것이 나무이고, 적재적소에 들어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또 나무다. 이렇듯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나무, 나 또한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다재다능하여 어떠한 시공간에서든 나무같이 나의 존재를 은은하게 드러내고 싶다.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며 오늘을 꿋꿋이 살아가는 나는 꿈나무다.
계절에 따라 단풍 옷을 갈아입는 나무는 위도에 따라 이파리의 크기도 다르다. 이는 나무가 환경에 맞게끔 발달하고 적응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면모를 통해 보듯 나라는 나무도 지나온 환경에 맞게 진화해 간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이테가 하나 둘 더해지고 두꺼워지는 것처럼 오늘 하루도 나 자신을 단단하게 채워간다. 뿌리는 땅으로 뻗어나가 기본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가지는 하늘로 뻗어가며 세상을 이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