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벌머니 박타 Mar 27. 2023

EP1. 꽃의 존재 목적

꽃은 누구를,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비로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이 하나 둘 화단에 수놓이는 모습을 보니 출근길 발걸음이 한결 가뿐해지더랬다. 나는 이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심미주의자이다. 그래서인지 꽃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조금 특별하다. 설령 길바닥에 핀 들꽃 이언정,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름답고,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준다. 내가 생각하는 꽃은 크게 3가지 범주로 묶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축하의 표시, 두 번째는 위로의 표시, 마지막으로는 사랑의 표시가 그것이다.

 

우선 꽃은 축하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결혼식장을 가면 꽃으로 시작하고 꽃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꽃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예전에 초대받았던 미국 결혼식에서는 주최 측에서 전문 플로리스트를 고용해 결혼 전 날 하루종일 작업을 해놓을 정도로 중요한 존재였다. 한국 결혼식에서는 화환이라 하여 결혼식장에 깔아 두는 꽃들은 손님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일종의 안내원이며 들러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존재다. 또한 부케는 어떠한가, 신부가 그다음 타자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부케를 던지는 행위는 꽃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해진다. 요즘에는 받은 부케를 압화로 만들어 액자에 걸어 인테리어를 하기도 한다. 그 축하의 순간 느꼈던 기쁨과 행복을 달아나지 못하게, 오래 간직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꽃이 없는 결혼식은 상상할 수 없으며, 예쁜 꽃들은 신랑, 신부에게 꽃길만 걷길 바라는 바람을 담기도 한다. 


다음으로 꽃은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예로부터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흰색 국화를 활용해 그 고인에 대한 예를 표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목적으로 꽃이 사용되었다. 얼마 전에 아는 분의 카톡 프사가 흰색 국화들로 바뀐 것을 보며 '혹시 주변에 어떤 분이 상을 당하셨나?' 란 생각과 함께 괜히 기분이 묘해졌다. 흰색 국화가 주는 상징성은 죽음, 위로 등을 함축하고 있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삶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돌아가신 분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 사용하는 꽃. 똑같은 꽃이지만 주는 느낌은 180도 다르다. 장례식장에 펼쳐져있는 조화를 보면 그 사람이 살다 간 인생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꽃을 많이 받을수록 살면서 덕을 많이 쌓았다고 하는데,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다. 장례식장에 조화가 별로 없으면 그만큼 외로운 삶을 살다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꽃은 사랑과 존경의 수단이다. 

  모든 로맨틱한 순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주는 것이다. 기념일마다 정성스레 준비한 꽃은 그 기념일을 더욱더 빛내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꽃이라면 열정적이고 새빨간 장미로 사랑을 표현할 것이다.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이라면 빨갛고 분홍색의 카네이션 등을 여러 형태로 만들어 존경의 표시를 할 것이다. 혹자는 "꽃으로 국 끓여 먹냐! 어차피 시들 것에 돈을 왜 써!"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이는 꽃에 대한 모욕이다. 꽃은 필수품이 아니다. 육체에 포만감을 주는 소고기나 쌀 같은 것이 아니라 심리에 만족감을 주고 기쁨을 주는 특수품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게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듬뿍 담아 실물의 형태로 전하는 것이로되, 다른 선물과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보완재인 것이다. 


  꽃은 시든다. 생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과 함께한 추억과 사진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 그 순간을 빛내주는 꽃은 시들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것이며 더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조화는 생명이 없다. 진짜인 것 같아도 어딘가 엉성하며 그 순간을 지켜낼 이유도 없기에 조화는 선물을 잘 안 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영원한 것은 없고 지금 이 순간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기에 더욱 가치 있는 것이다. 결국은 꽃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꽃, 나는 지금 이런 꽃을 누구에게 주고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INTRO. 나라는 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