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나와 봐! 아빠가 또 책 가져왔다!’
옥탑방이며 단칸방을 전전하며 세 식구가 살아가면서도 아빠는 내게 책 구해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 주기도 하셨고, 누군가 준 전집을 받아오기도 하셨다. 나는 유독 위인전이 좋았다.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모습이 귀감이 되었고, 결국 큰 인물이 되어 성공한다는 기승전결 뚜렷한 이야기가 동기부여를 하기에 충분했다. 책 속 위인처럼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주변을 속여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다. 어느 날인가는 방과 후 퇴근하시는 담임선생님을 붙들고 ‘저는 사실 엄마가 없어요’ 라며 구구절절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하고 싶었던 마음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침묵도 거짓이라면 나는 주변을 알게 모르게 속이며 살아갔다. 그리고 급기야 아빠의 여자 친구를 내 결혼식 혼주 자리에 모셨다. 어리석게도 서른을 넘긴 그 날까지 내게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