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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May 15. 2024

경계 II

경계를 흔들어 주제를 강조한다.

기원 1994 作

배경의 경계를 흔들어 주제를 부각 시킬 수 있다.. 어두운 밤 제한된 조명으로 주제의 핀이 흔들렸지만 주변의 더 큰 흔들림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1994년에는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 모든 카메라는 필름카메라였던 시절에, 대학 동아리 사진반에 있던 나는 흑백필름을 많이 썼다. 개인이 칼라필름으로 인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흑백필름 현상, 인화는 동아리 방, 암실에서 할 수 있었다. 

흑백사진을 만드는 과정은 필름현상과 필름인화, 두 가지고 나눌 수 있다.

필름현상은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약품처리를 해서 필름을 외부에 노출해도 문제없도록 만드는 과정이고, 필름인화는 현상된 필름을 가지고 종이에 찍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종로에서 벌크로 감긴 흑백필름을 사다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암실에서 빈통에 24-36컷을 찍을 수 있는 필름을 잘라 사진기에 넣어 찍는다. 필름 가격이 싸지 않았기에 찍을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며 찍어야 했다.


찍은 필름을 암실에서 꺼내 약품에 넣어 필름 현상을 한다. 기본원리는 필름에 붙어 있는 은 입자가 햇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검게 바뀌는데(흑화는) 사진을 찍어 빛을 쬐어주고, 현상이라는 작업은 흑화은이 되지 않은 은입자를 약품을 통해 제거해 주어서 햇빛에 노출되어도 더 이상 화학반응이 되지 않게 해주는 과정이다. 


현상을 한 필름을 가지고 암실에 들어가 뒷면에 은입자가 묻어 있는 인화종이를 대고 빛을 쏘아주면 필름에 나온 반대로 검은색은 빛이 들어가지 않아 하얀색이 되고, 투명색은 빛이 많이 들어가 검은색이 된다. 빛을 얼마나 오래 쐬게 하는지 에 따라 선명도가 달라지게 된다. 빛을 쬐어주는 시간은 사진을 찍을 때 얼마나 노출을 주었는지, 현상을 할 때 얼마나 적정시간 했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여전히 종이에 빛을 쏘아도 종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순전히 여러 번 시도로 적정한 시간을 찾아 노출시키고, 그 종이를 약품에 넣어야 드디어 서서히 형태가 나타난다. 형태가 어느 정도 완정되면 다른 약품에 넣어 빛을 닿아도 변하지 않게 만든 후 불을 켜고 볼 수 있게 된다.


쉽게 사진 찍고 바로 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찍을 수 있는 지금과는 너무 다른 기인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선물박스를 띁기전 마음처럼, 항상 무언가 대단한 것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하는 시간의 즐거움이 특별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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