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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Nov 16. 2024

죽음을 알다

후회하지 말자

어느 철학자가 

언젠가 반드시 죽을 것을 아는 인간이 자살을 하지 않는 것이 정신을 이해하는데 풀리지 않는 숙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마치 결론을 알고 있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  결론을 아는데 이리저리 만들어지는 스토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재미없음을 느끼는 순간들..


 항상 자살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내게 '쿵' 머리를 때리는 순간이었다. 부모에게 받는 몸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그리고 자손을 낳아 잘 물려줘야 한다는 유교적 사고로부터, 내 유전자를 다음세대에 잘 물려주고 계속되도록 나의 유전자를 물려준 존재에게 나의 자살로 내 유전자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생물학적 사고가 나를 지배했는데 이 말을 듣고 나니 일정 부분 수긍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글에서 말했던, 아주 어릴 적 100년 뒤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서움에 엄마를 찾아갔던 기억.. 지금도 생각나는 팬플룻 경음악을 밤에 들으면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잠 못 들던 시절이 있었다.


유튜브나 브런치 같은 SNS에서 관심을 얻기 위해 하는 자극적인 일들이 단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인간이 돈과 쾌락을 찾다가 궁극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 명예욕구라는데..


명성을 얻는다는 것이 나의 의지만이 아닌 타자의 의지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결국은 여러 가지의 운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자신의 사적 욕망을 버리고 높은 공공의 도덕적 요구가 높은 정치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귀에 박혀버린 말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살아있을 때 인정받지 못해 한 끼 한 끼를 걱정하며 살다가 비참하게 죽은  화가의 그림이 죽은 다음 유명해져서 그의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 그 개인에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이지.. 

epitaph


그럼에도..


난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학교 데려다주고 정신없이 달려가 버스를 타고 또 지하철을 타고 정신없이 걸어 회사로 가서 정신없이 일하다가 저녁이 되면 또 정신없이 달려가 버스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설걷이하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조금.. 멍.. 한이 있다가 잠을 잔다.

일주일은 정말 빨리 가고, 주말이 되면 또 주어진 일들에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간다..


어느 날 문득 버스창문에 비친 내 늙고 초췌한 모습에 놀라면서..

몸의 이곳저곳에서 이상함을 느끼면서.. 서서히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을 몸을 생각하며..

 

의미를 만들다

그리고..


중학교 때 좋아했던 사람에게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말 못 하고 후회만 하다가 그 후 '후회하지 말자'가 좌우명이 되어버린 나는..


내 죽은 뒤의 모습이 아닌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의 모습을 생각할 때..

휴..

한 인생 열심히 살았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

하며..

아쉬움 없이 인생을 마감하기 위해..


내 삶에 의미를 스스로 만들며..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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