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가끔씩 각인되어 있던 이미지가 떠오를 때가 있다.
아이유 페르소나, 밤을 걷다에 나오는 장면.
죽은 연인을 꿈속에서 만나 아무도 없는 밤에 돌담길을 걷는 장면. 흑백장면이었고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정적인 장면들. 꿈속에서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죽은 연인을 만나 밤길을 걸으며 꿈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여름 이태리 여행 속 예정했던 숙소가 문제가 생겨 갑자기 잡게 된 도시, 페라라.. 아무런 정보 없이 다음 여행지로 가는 길에 있어서 잡게 된 작은 도시. 오래된 이태리 작은 골목 돌길, 늦은 밤 어두운 가로등아래 열려있던 작은 술집과 몇몇 무리들의 북적임이었다. 아무것이 아닐 것 같던 이 도시 밤의 이미지가 문득문득 내게 떠오른다.
무엇이 이 두 개의 이미지를 연결하는지는 밤거리였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정적인 기분 좋음, 설렘의 감정을 떠올릴 때면 반복해서 생각이 난다.
이 글을 위해 인터넷에서 뒤쳐 이미지를 찾아보았지만 비슷한 이미지는 위 이미지 정도.
사진 하나 없는 이미지라 내게 상상의 나래를 열어준 것 같기도 하다.
곰곰히.. 곰곰이.. 생각하다가 떠오른 생각..
설. 레. 임..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서.. 혹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설레임이 들 때 생각나는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새로운 직정에서 나를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 걷는 시카고강변길에서 보는 다운타운 건물들과 저녁에 퇴근하고 건물을 나오면 겪게 되는 화려한 관광지 번화가의 조명 모습이 이전 18년 다녔던 직장과 대비되어 설렘을 주고 있다.
처음 인터뷰를 보러 가서 인터뷰한 회의실 창문너머로 보이는 뷰에, 이곳에 올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초고층건물을 디자인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지난 직장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뷰가 있다는 것이 충분한 보상(?)이 되겠단 생각을 했다. 제일 먼저 인터뷰가 잡혔고, 모든 절차도 제일 빠르게 진행되었다. 도시를 옮길 필요도 없었고, 국내 프로젝트들 위주로 하는 회사라 커스텀 파사드 디자인 전문가를 찾던 회사의 요구와 나의 경력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을 다시 떠오르게 된다. 결혼처럼..
자의가 아닌 선택이었다는 것이 내 성격에 대한 비판이 될 수 있지만 18년 연금을 조금 더 나은 연봉과 미국 건축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와 바꿨다고 생각하면 가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까진..
SOM 설립연도가 1836년이었는데 새로운 회사 설립연도가 1835년이란 것도 회사소개에서 눈에 들어왔다.
처음 SOM 입사했을 때 있던 회사 물품실, 우편실, 모델실과 많은 모형들과 프린터 실들이 아직까지 잘 유지되고 있었다.
30-40년 경력의 많은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여기에서 나는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든 사람들의 중간정도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나이 든 사람들이 은퇴하고 나면 SOM처럼 많은 변화가 되겠지만 아직도 종이를 가지고 스케치하고 모형을 만드는 풍경이 내겐 정겹게 느껴진다.
난 이렇게 새로운 직장에서 4주 차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