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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훈 Sep 22. 2024

디자이너의 직무 변화
(생성, 소멸, 통합, 분화)

디자인기업 대표, 임원 20명과 이야기한 디자이너의 직무 변화 

나는 2015년 한국디자인진흥원에 입사하여
10년 차 디자인연구를 진행하는 선임연구원이다.


지금까지 '신상품기획 프로세스 개발', '신시장 창출을 위한 선행제품 개발 R&D'를 주로 진행해 왔으며, 2023년부터는 디자인문화콘텐츠산업 ISC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ISC란?

Industrial Skills Council의 약자로서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라고 한다. 

ISC에서는 주로 디자이너 인력현황 조사, 디자이너 직무(역할) 변화 모니터링,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디자이너 직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및 자격체계 개편 방안 등 디자인 산업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디자이너 직무변화에 대한 글을 시작한 이유?

디자이너는 1800년대부터 산업화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를 반영하여 변화해 왔다. 현재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어떻게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진화에 맞춰 학계와 산업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정부로서는 관련 자격과 지원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할까?


ISC 사업을 운영하면서 나 스스로도 너무 궁금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갈 것이며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최근 10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박사연구 주제도 동일한 주제로 가져가기로 했다. 


여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현재는 기술발전, 특히 생성형 AI의 기술에 대한 이슈가 많이 나온다. 처음에는 새로운 디자이너의 탄생으로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생성형 AI도 하나의 툴로서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에 스며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런 현상들을 현업에 있는 실무자, 디자인기업 대표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속적으로 듣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강점 중 하나는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디자인산업계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준다. 나는 내가 진행하는 연구 주제에 맞게 전문가들과 회의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일반 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일들이다. 


디자인산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융합 직무들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산업으로서 디자이너의 역할과 디자이너의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궁금해할 학생들과 실무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디자이너의 미래에 대해 내가 고민하는 내용과 같이 고민하고 있는 전문가분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공유한다면 디자인산업계 학생, 교육자, 실무자, 대표 등 다양한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로 그 여정을 남기기로 했다. 


최근 2024년 8월에는 디자인 전문기업 대표 15명과 기업 내 디자인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임원급 담당자 5명 총 20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갱서베이* 방식을 활용하여 디자인산업계 직무를 생성, 소멸, 통합, 분화 4가지 방식으로 구분하여 변화를 알아보았다. 

* 갱서베이는 일정한 장소에 조사 대상을 모아 조사자의 질문에 따라 현장에서 직접 질문지에 응답하는 방법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조사를 진행하므로 응답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데이터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조사에서 나왔던 디자인직무변화 양상에 대하여 정리한 내용을 간단히 공유하려 한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글로 하나씩 공유하도록 하겠다.




디자인산업 현장에서는 어떤 직무가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을까?



생성

: 새로운 기술의 등장, 산업의 변화, 시장의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새롭게 도입되거나 도입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직무


관련 주요 직무는 아래 총 4개의 직무이다.


 1. AI기반 제품/서비스 기획 (AI를 활용하여 제품 및 서비스를 기획하는 직무)

 2. AI기반 제품/서비스 구현 (AI를 활용하여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직무)

 3. 3D 영상 콘텐츠 제작 (3D 제작 툴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하는 직무)

 4. 디자인 권리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 이슈 등을 관리하는 직무)


AI 관련 직무는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도입 초기임은 감안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였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AI를 활용하는 전문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적으로 AI 툴을 활용하거나 활용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3D 영상 콘텐츠 제작의 경우는 "제품의 온라인 프로모션을 위한 영상 수요가 증가해서", "공간 구성 및 브랜드 시각화 수요 증가", "단순 렌더링을 넘어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등에서 활용"으로 나타났다. 3D 영상 콘텐츠는 시장의 수요 증가에 의해서 도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3D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술의 발전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도 큰 원인 중 하나이다. 


디자인 권리화 분야는 현재 생성형 AI를 활용한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디자인기업이 Ai를 활용한 결과물을 얼마만큼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에 의해 많은 분들이 필요한 직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 본다. 아직 해당 직무를 직접 도입하여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관련 전문가를 활용하거나 디자이너에게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이해와 관리에 대한 역량이 요구될 것이라고 본다.




소멸(감소)

: 기술발전, 수요의 감소 등으로 인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거나 다른 직무에 흡수되어 사라지는 직무


직무변화를 보는 기본 틀을 생성, 소멸, 통합, 분화로 보았지만, 소멸의 경우 '소멸'보다는 '감소'로 구분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현재 조금씩 그 수요가 줄어드는 직무는 있을 수 있으나,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 직무는 없었다.


주요 감소직무로는 아래 5가지가 있다. 


 1. 2D 렌더링제작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 형태 및 구조를 2D로 구현하는 직무)

 2. 편집제작 (인쇄매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편집하는 직무)

 3. 그래픽콘텐츠개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용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는 직무)

 4. 마켓리서치 (시장에서 제품 및 서비스의 트렌드 및 구매 욕구와 특성을 조사하는 직무) 

 5. 목업제작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하여 실물 모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직무) 


2D 렌더링의 경우 AI를 활용하여 렌더링 자동화 및 아이디에이션이 가능해지고 있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주는 레퍼런스 이미지 생성 및 시안 생성 프로그램 활용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편집제작과 그래픽콘텐츠개발 또한 유사한 이유로 업무 비중이 줄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켓리서치의 직무 감소 요인으로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리서치 기술의 중요성이 낮아짐", "따로 마켓 리서치 직무만 요청받지 않음", "신규 서비스 및 기획에서 리서치에 프로세스를 특별히 요구하지 않음"등의 원인이 있었고, 목업제작 또한 3D 모델링 툴에서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시장의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로 감소직무로 의견을 낸 참석자들이 많았다. 


기술발전으로 특정 직무가 급진적으로 소멸되지는 않겠지만 시장의 수요, 기업의 생태계 변화 등과 맞물려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된다. 




통합

: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 직무의 업무나 역량이 하나로 합쳐져 새롭게 재편되는 직무


통합양상은 아래의 2가지가 있다.

 1. 사용자리서치, 마켓리서치, 기술리서치의 통합양상

 2. 2D 렌더링과 3D 렌더링 직무의 통합양상

 3. UX/UI 직무의 통합양상


전반적으로 리서치 직무가 통합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마켓리서치와 기술리서치를 각각 수행하기보다는 병행되는 업무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리서치와 전략수립 단계에서의 직무 간 통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디자이너가 제품/서비스 개발 초기 단계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기술이 풍부해지고 있고, 리서치 기반으로 전략수립과 기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일 인력이 리서치와 기획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D 렌더링과 3D 렌더링 직무도 통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통합이라기보다는 3D 렌더링 툴의 발달로 사실상 2D 렌더링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어 2D와 3D 렌더링 업무를 구분하여 진행하지 않는 양상이다.  


UX/UI 직무 또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직무로 변화하는 추세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UI업무를 할 수 있도록 관련 툴들이 발전하고 있어 UX를 진행하는 디자이너가 UI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전부터 변화가 있어왔겠지만, 그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변화양상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분화

: 하나의 직무가 더 세분화되어 다양한 전문 영역으로 분화되는 직무


분화직무로는 사용자리서치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

고객경험 디자인에 대한 기업에서의 중요도 및 이해도가 증가하고 있고, 기존 일반 디자이너가 진행하던 업무를 데이터사이언티스트를 도입하여 수치화하거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필요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사용자리서치의 세분화는 앞서 언급했던 통합직무와 상이한 부분이 있다. 통합직무에는 리서치 분야(사용자, 기술, 마켓리서치)에 대한 통합 양상이 보인다고 했었다. 아마도 기업의 특성상 리서치가 강점인 회사는 리서치를 좀 더 강화해 나갈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통합하여 빠르게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기업 성격별 차이점에 대해서는 올해 10월 기업별 심층 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종합적인 시사점으로는 4가지가 있다.

 1. 종합적이고 다기능적인 역할 수요 증가

 2. 디자이너의 타 분야 융합 역량의 중요성 증가

 3. AI 기술 활용 및 활용능력에 대한 일반화 

 4. 디자이너의 기술에 대한 재정의 필요 (단순 포토샵, 일서스트, 3D프로그램 툴 활용 능력을 디자이너의 기술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새로운 생각을 끌어내는 발상 능력, 기획적 사고, 커뮤니테이션 능력 등이 디자이너의 기술이 되어야 한다.) 





이번 글은 많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작성한 글이다. 

앞으로 위에 언급한 내용을 포함하여 디자이너의 미래를 찾아가는 여정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이 여정에는 학생, 실무자, 기업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 어떤 내용이든 좋으니 많은 이야기를 공유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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