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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 Sep 23. 2024

같이의 가치

저희 독서모임 합니다.

나는 책방을 운영 한지 1년이 되었을 때쯤 독서모임을 열었다. 처음엔 ‘그래도 책방인데 독서모임 한 번은 열어봐야지’였다. 이 포부를 실현시키기까지 1년이 걸린 거였다. 나의 친오빠(이후부터 '호적메이트'이라 칭하겠습니다)는 내가 책방을 열기 전부터 책방을 운영하면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책을 달고 살았고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 글을 쓰며 브런치 작가를 넘어 책을 낸 저자가 되기까지 했으니 책과 글에 대한 깊이는 나에 비할 수 없어 많은 부분 의지를 했다. 그래서 이 독서모임도 호적메이트와 함께 꾸렸다. 프로그램을 짜고 홍보물을 만들고 의견을 나누며 우리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모집을 시작했다. 그렇게 4명이 모였다. 나, 호적메이트, J님, C님. 그렇게 1월이 시작되었다.


23년도 1월에 내 인생 최초의 독서모임이 시작되었고 모임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더 좋았다. 책을 읽고 혼자 감상에 젖고 좋았던 부분을 복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생각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가 되니 2배의 즐거움이 생긴다. 그리고 혼자 읽고 이해하던 것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때때로 책의 이야기로 시작해 가까운 이와도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나라면 절대 읽지 않을 책에 대해 소개받고 읽게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에 대한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워진다고 체감한다. 가까울수록 오히려 내 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렵고 친구들을 만나면 그 시절의 우리가 되어 즐겁지만 서로 각기 다른 삶을 꾸려 가고 있으니 그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 모임에선 그런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 그것이 아무래도 가장 좋았다.  이건 책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 바로 ‘우리의 세계’를 가지게 되는 일이었다. 한 달은 그야말로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다음 달 모집을 하게 될 거 같아요" 말을 했지만, 우리는 또 2월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은 무려 독서모임은 1년이 되었고 그때 나는 책방 문을 닫게 된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해드렸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독서모임은 계속하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지금까지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횟수는 줄었고 모임의 방식도 변화했지만 계속해 이어 나가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 모임은 나에게 책을 매개로 하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게 해 줬다. 또한 삶에 대한 변화와 성장이 있었고 이 변화와 성장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다. 이런 관계가 있기에 때론 더욱 용감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시도하지 않고 있던 일들에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보내며 이젠 모임이 없던 시절의 삶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젠 삶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사람 3명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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