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할머니에게 머물렀다.
그때 은행 경비 아저씨가 참다못해 말했다.
"할머니, 통화하시려면 밖으로 나가서 하세요.
할머니 통화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되잖아요."
"아이고, 내가 팔십이라..."
할머니는 팔십이란 나이를 내세우며 경비아저씨의 격앙된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다.
"그래서요? 팔십과 전화 통화가 무슨 상관인데요? 전화 통화소리가 너무 시끄러우세요."
경비아저씨의 말에 사람들이 피식 웃었다.
할머니는 팔십의 나이라 귀가 잘 안 들린다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그래서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경비 아저씨의 말이 무안했나?
아니면 사람들의 웃음이 무안했냐?
할머니는 밖으로 나갔다.
문득 할머니도 이해가 됐고,
경비아저씨도 이해가 됐다.
그리고 그 모습이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나 역시, 목소리가 워낙 큰 사람이라 주변에 내 목소리 때문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 아저씨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또 할머니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팔십의 나이가 됐지만, 그렇다고 공중질서를 무너뜨릴 특권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또 그렇다고 나이가 먹어, 감당하지 못한 불편한 상황에 존중받지 못해서도 안된다.
문득 서로가 배려했으면 더 부드러운 분위기가 됐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 아저씨는 다른 사람이 다 듣는 가운데 지청구를 주지 말고,
조용히 다가가서 할머니에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할머니는 팔십이란 나이를 앞세워 공중질서를 무너뜨려도 된다는 듯 말하지 말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나가서 통화했으면 어땠을까?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내 마음도 같이 민망해졌다.
그리고 1분이 채 못돼서 할머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은행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