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곳에 '무식한 축적기'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든 1000일 이상하면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이 문장 앞에서 잠시 머물렀다.
1000일이면 2년의 중턱을 조금 넘어선 날짜이다.
무식한 축적기란 단어가 눈에 띈 것은
요즘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기임에도 불구하고 총알이 너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이라
나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최소한 2년 넘게 무식한 축적기의 시간을 가져볼까 생각 중이다.
쓰고 싶었던 드라마,
마무리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다 끄집어내서
다시 갈무리를 해 볼 생각이다.
예전에 써 놨던 글들을 보니
미완성으로 끝나는 드라마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안 됐구나!'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어야 했는데...
예전에 나에게 피드백을 해줬던 제작사 이사님과 감독님 말들이 떠올랐다.
"최작가는 아이디어는 정말 많고 좋은데... 어느 선을 뛰어넘지 못하는 거 같아!"
그때 당시 참으로 짜증 나는 피드백이었는데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비로소!
알다니!
참으로 더디다!
이제 나는 무식한 축적기로 들어가려고 마음먹는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어떻든 나에게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한 거 같다.
왜냐면 이제야 나는 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작가가 됐다.
그냥, 쓰는 것이 즐겁다.
예전에 무게감으로 다가웠던 글쓰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새로운 힘을 기르고 싶다.
무식한 축적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작가로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일 거 같다.
'너무 늦었나?'
싶기도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거야!'
라는 말로 응수한다.
이제 난 무식쟁이가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