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장인 진숙님 Jun 22. 2022

영어가 너무해

생존영어로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기

어릴 적 외국계 기업에 가고싶다고 주변에 이야기 했을 때 대부분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영어 잘하시나봐요?' 그때는 시비조로 들려 마음 상하기 일쑤였지만 (실상은 맞을지라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한마디는 그들의 진심어린 걱정과 격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외국계 기업이라도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고, 영어를 쓰는 빈도도 다르며, 팀과 매니저에 따라 얼마나 영어를 써야 하는지가 달라진다. 하지만 확실한건,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영어를 쓰지 않고서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의 경우 한국 팀에서 한국인 매니저와 함께 일을 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모든 메일과 콜에서 사용하는 '글'은 영어여야만 했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으나, 막연히 레퍼런스 용도로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었을지 추측하고 있다.) 인트라넷의 거의 대부분의, 본사에서 내려오는 대부분의 툴킷 및 리소스는 당연하게도 영어였다. 결국 읽고 쓰기는 업무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정말 필수 덕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 간혹 APAC 레벨과 같은 이니셔티브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생기면 외국 친구들과 콜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결국엔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를 전부 영어로 해야 했던 것이다.


하물며 한국 팀에서 말단으로 함께 했을 때도 그랬는데, 지금은 더 말 할 필요가 있을까. 나만 보는 용도가 아닌 이상 역시나 모든 문서는 영어로 써야 하고, 매니저는 외국인에 팀원들도 전부 외국에 있는 외국인들이다. 모든 지시와 보고는 영어고, 일도 영어고, 아무튼 영어 영어 영어. 로컬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콜을 하거나 메신저를 보낼 때를 제외하곤 다 영어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메인 랭귀지가 영어이니 영어를 쓰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는, 나는 영어를 '공부'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와 밝히지만 저, 수능 영어 4등급으로 대학 떨어질 뻔 했어요. 나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영어 공부'를 해본 적 없고, 영어수업은 새벽 내내 덕질하느라 모자랐던 잠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수면시간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밝히자면, 대학 입학 후 객관적인 영어실력이 궁금해서 치룬 내 첫 토익점수는 375점이었다. 놀랍죠? 맞다. 375점. 나도 놀라워서 잊히지 않는 숫자다.


그렇지만 내가 잘 하는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생존영어. 한때 미드를 좋아해서 하루에 10시간씩 미드를 봤고 (고마워요 가십걸, 고마워요 트루블러드), 외국에 나갈 기회가 생겼을 때마다 영어로 강하게 주장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핸드폰을 도둑맞아서 경찰서에 조서를 써야 했다거나, 환승지에서 비행기가 캔슬됐는데 대체 항공편을 주지 않아 항공사와 싸운다던가,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던가.) 미드 날 낳으셨고 싸움 날 키우셨네. 이렇게 대충대충 흘러가는대로 살다 보니 다행히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영어만으로 아르바이트에 붙기도 했고, 교수님께 그래도 영어는 꽤 한다는 소리도 들어가며 한국에서 영어로 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목이 '영어가 너무해'인 이유는, 한국에서 영어로 일 하는데 이정도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게 이유랄까. 비록 문법이 엉망이고 표현이 유치하더라도 내 업무와 내가 할 말들은 전부 할 수 있고 (가끔 치명적인 문법 오류를 지적 해 주는 우리 팀 J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콜을 알아들을 수 있다. 그래도 언젠간 영어를 '공부'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지금까지 그나마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 사교육들은 다들 영어 회화 (그러나 일반적인 회화 학원이 아니라 ESL이라 주제만 던져주고 수다떠는 방치형) 였으니.


다행히도 전 회사에서 내 업무 중 하나는, 직원들의 영어교육비 지원서를 확인하고 결재 해 주는 일이었기에, 그 회사 직원들이 어떤 영어학원을 다니는지 잘 알고 있다. 과거 정리해서 보고한 적도, 문의하는 직원들에게 추천 한 적도 있어서 몇 군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링글

* 스피쿠스

* 기타 이름이 알려진 어학원 등 (영국문화원, 파고다, 민병철 등)


물론 영어실력이 취업과 이직, 승진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 더 높은 자리, 중요한 직책에 앉게 되었을 때, 영어가 발목을 잡아서야 될까. 결국 공부를 하긴 해야겠지만.. 아무튼 당분간은 생존영어로 버텨보도록 해야겠다. 우선 당근 같이하기로 토킹 클럽을 만들었는데 (곧 죽어도 스터디는 아니다) 과연 몇 주나 갈련지... ^^....

작가의 이전글 생애 첫 매니저를 위한 1:1 튜토리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