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12월 5일, 前UFC 파이터 브래들리 스콧과 한국인 무술가의 복싱 경기가 있었다. #DKYoo 전 세계를 돌며 세미나를 열고 유튜브 구독자가 60만 명에 가까운 유대경 님은 러시아 무술 시스테마를 바탕으로 Warfare Combat System(WCS)라는 무술을 창안한 무술가이자 사업가로, 당초 중국의 쉬샤오둥과 매치를 계획했으나 쉬샤오둥의 한국行 출국이 어려워지자 계획된 일정을 다음 대전 상대와 치르게 된 것. 중국의 무술가들을 도장깨기하며 자국의 무술이 현대 격투기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쉬샤오둥에게 한국의 무술을 알리고, 한국의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목적으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한다. 1979년생, 적지 않은 나이에 스스로 격투 스포츠에 데뷔하면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사업가이자 무술가로서 이번 매치의 성공은 수년에 걸친 그의 행보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사업의 측면은 차치하고 무술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경기는 어떤 의미를 보여주었는가.
종합격투기 Mixed Martial Arts(MMA)의 등장 이후 동양의 무술은 구식의 낡은 이미지와 중국 영화에서 비롯한 신비주의의 이중적인 옷을 입은 채 격투기와는 따로 노는 분위기가 되었다. 격투기 선수들이 몸까지 상해가며 대련을 통해 맞고 때리는 격투 스포츠를 일구었다면, 무술가는 상대적으로 덜 맞고 일격필살하는 고고한 이미지를 견고하게 쌓아 올리며 대련보다 투로, 무술보다 무예, 공연, 건강으로 초점을 이동시켜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쉬샤오둥은 무술의 본질에서 비껴선 중국 무술을 파고들었으며 아쉽게도 결과적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무술이 적어도 중국內에서는 현대 격투기에 볼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여주고 말았다. 싸잡아 무술이라고 하지만 古무술의 주요 개념들, 근육과는 다른 힘을 내어서(역근, 합기) 상대방을 제압하는 다양한 권법 기술이 근육 단련과 중량, 스피드를 반복 훈련하는 복싱, 그래플링으로 대변되는 종합격투기에 비하면 쓸모가 없다, 혹은 허황되다는 문제 의식을 야기한 것이다. 이해하거나 써먹기도 어려운 무술 대신 물리적으로 쉽게 설명되고 기법이 단순하여 쓰기 좋은 격투기가 널리 인정받는 것은 시대의 당연한 흐름인지도 모른다.
다시 12월 5일의 매치로 돌아와 보자. 경기의 룰은 복싱이었다. 유대경 님은 1년간 복싱을 준비했다고 한다. UFC 선수에게도 복싱은 규칙이 다른 종목이고 보면 무술과 격투기의 접점으로 복싱이라는 스포츠를 선택한 것이다. 20년 이상 무술을 익힌 무술가에게 1년의 복싱 수련은 경기를 치르기 위한 최소한의 기법을 익히고 경기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치 대입 수능을 보기 위해 고3 수험생이 바짝 모의고사를 보고 대중 앞에 연설을 위해, 공연을 위해 무대 뒤에서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는 것처럼 격투 매치를 위한 연습이 무술가에게 필요했을 것이다. WCS 무술과 종합격투기를 베이스로 하는 두 사람이 복싱의 룰로 스포츠 매치를 뛴 것이 겉으로 드러난 이번 이벤트의 양상이었다. 쉬샤오둥이 중국에서 도장깨기를 하며 무술과 종합격투기가 이종 격투를 벌인 것과는 기획부터 다른 것이었으니, 이번 이벤트를 지켜본 대중은 이제 무술과 종합격투기間의 이종 격투를 요청하며 무술로써 무술을 입증하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종합격투기도 넓은 의미에서 무술의 범주에 들어온다고 할 때, 마치 응용학문의 실용성에 미치지 못하는 순수학문으로서 생존의 고민이 격투가와 구별되는 무술가의 존재 이유가 된다. 현대 격투기의 근력과 중량, 상대적으로 단순한 기법을 넘어선 개념과 구체적인 수련법이 古무술에 있다. 그것을 스포츠 매치에 바로 써먹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무술은 격투기와 다른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격투 매치에 나가려면 거칠게 맞아가며 맷집을 키우고 실용성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나, 특유의 기법으로 몸을 단련하고 사용하는 동양의 오래된 지혜를 맛보려면 무술을 수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