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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MDJAI Nov 14. 2019

전공 결정하기

대학교 때는 하나만 파던 전공, 대학원 때는 어디로?

어렸을 때부터 기본 산수를 좋아했다. 많은 자릿수의 수를 더하는 것을 좋아했고, 많은 자릿수의 곱하기를 시도하는 것도 좋아했다. 사칙연산을 배우고, 공배수 공약수 등의 개념을 익혔을 때, 어떤 학원에서 알게 된 생각하는 수학 문제 중에서 나에게 상당히 흥미로웠던, 요즘도 시도해보는 문제가 있다. 한 문제의 종류는 수를 나머지를 계산하는 수학적 연산에 관련된 것이었다. 문제의 종류는 이런 식이었다. 어떤 수의 각 자릿수를 더한 합이 3으로 나누어지면, 이 수는 3으로 나누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숫자 123은 각 자릿수를 합하면 6이고, 6은 3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므로 123도 3으로 나누어 떨어진다.  어떤 수의 각 자릿수를 더한 합이 9로 나누어 떨어지면, 이 수도 9로 나누어 떨어진다. 126이라는 수가 그 예일 것이다. 각 자릿수의 합이 3이나 9로 나누어 떨어지는 수를 찾아내고, 암산으로 이 수들을 나누어 버리는 것이 하나의 큰 재미이자 놀이였다. 특히, 중학교도 입학하기 전 명절마다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차 안에 있다 보면 무료할 때가 많았는데 (그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었다.), 지나가는 다른 차들의 번호판을 보며 3이나 9로 나누어지는 수를 찾아내고 나누어 버리는 것은 차 속에서 무료함을 달래기에 좋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면서도, 나는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놓지 않았다. 나에게 수학이란 것은 항상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었고, 당연히 더 공부해야 할 그런 대상이었다. 대학교를 지원하면서 원하는 전공을 정할 때도, 나는 당연히 수학을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경영학 공부하기를 바랐고 수학이라는 전공에 대해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님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학을 잘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고, 수학을 전공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의 전공에 대한 생각을 알게 되자, 부모님은 단호하게 경영학 전공을 권유했다. 수학적 측정을 하고, 증명하는 법을 막 익히던 나에게, 경영이라는 전공은 너무 먼 것이었다. 대학교 다니는 내내 수학자의 길을 걸으며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권유를 듣기보다 어느 정도 타협을 하기로 했다. 수학을 많이 쓰면서 경영과 관련이 깊은 경제학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경제학 전공으로 1학년을 보내면서, 기본적인 수학과 통계 과목을 들었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수학 전공이었으니까. 내가 다니던 대학교는 경제와 통계학을 합친 전공이 있었다. 2학년으로 올라가자, 나는 두 가지가 병합된 전공으로 전과했다. 여전히 경제학을 공부하는 상태였고, 통계학이라는 전공을 더한 것뿐이었다. 2년간 직, 간접적으로 수학 과목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부모님의 잠재적인 불만사항들을 하나 둘 꺼뜨리고, 3학년이 올라가기 직전에 수학과로 전과했다. 마침내 원하던 전공에 도달했던 것이다. 수학 전공을 시작하자, 여러 가지 연관된 전공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학의 공대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는 컴퓨터 과학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같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종이 위에 쓰는 증명과 컴퓨터 위에서 완성하는 알고리즘을 오가면서 나는 온갖 종류의 수학 분야를 탐험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완전히 경제학 전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 즈음,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어릴 적에 좋아하던 그 나누기 놀이가, 수학에서는 수 이론이었고, 컴퓨터 과학에서는 여러 시스템에 적용되는 흔한 규칙과도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컴퓨터과학과 수학을 공부하면서, 어린 시절에 즐겼던 놀이와 빠르게 지나갔던 다양한 수 놀이들이 거창한 이름이 붙은 이론 속의 부분들이었다는 것도 점차 알아가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는 다양한 분야 속 수학을 공부하고,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다진 상황이었다.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나만의 특별한 색을 더하고 싶었다. 수 이론, 해석학 등 다양한 수학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나 자신을 한 페이지의 노트 안에, 컴퓨터 속 어느 회로 안에서 열심히 달리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형태가 없는 수학 증명에서 한 발 나가서, 내가 몇 년 동안 습득하고 복습했던 이론을 이용해서 형체가 있고 사람에게 가까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수학적 증명과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을 움직였고, 인공지능은 사람에게 가까운 것들을 관리하고 분석했다. 나의 생각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인간의 건강 향상 같은, 어찌 보면 인간에게 직접적인 분야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에, 나는 계산 뇌과학, 계산 분자생물학, 등 컴퓨터가 닿아 있는 모든 의학 분야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영향을 주는 의료분야는 무궁무진했지만,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분야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뇌과학은 인간의 감각과 행동을 조정하는 신경이 흐르는 것을 컴퓨터를 통해 공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좀 더 인간의 질병과 건강에 관련된 생물학적 요소들을 공부하고 싶었다. 반면에, 분자생물학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작은 단위의 물질을 공부하는 학문이었다. 이 분자들이 결국 유전적이고 병리학적인 이야기들과 관련되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던 ‘인간에게 직접적인’ 분야는 아니었다. 그 후에 내가 시작하게 된 분야는 바로 태아의 태반과 산모의 혈액에서 얻어진 샘플을 통해 환경적인 요인과 대사산물 등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고, 어떻게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연구하는 분야로 확정했다.

     수학이라는 한 전공에 깊이 빠졌던 대학교 생활을 보낸 후에 수학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다녔고, 집중과 선택을 잘했던 것 같다. 처음에 어떤 전공을 시작했는지 보다 그 과정이 더 의미 있고 중요했다. 한 전공에 정착하지 못했을 때 여러 과목들을 배우며 익혔던 내용들이 기억에 남았고, 그다음 단계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어떤 전공을 해야 된다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적어도 그 전공에 도달할 때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을 가져 다 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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