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광활한 호주 대륙의 한 중간에 자리 잡고 있어 울루루를 다녀온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더 신비감이 서려있는 곳이다. 제대로 울루루를 느끼기 위해서는 직접 차를 몰고 끝없이 펼쳐진 수 천 킬로미터의 척박한 지평선을 달려와야 한다. 그러면 목숨을 걸고 대서양의 망망대해를 건너 신대륙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의 그 감격을 조금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난 브리즈번에서 2,000km를 달려 도착한 남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또 2,000km를 운전해 킹스 캐년을 들려 울루루에 도착했다.
두 번째 와보지만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깊은 외경심이 느껴졌다. 일단 울루루를 차로 한 바퀴 돌아보고 주차 후 울루루 둘레길을 걸으며 그 신비하고 웅대한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껴보았다. 가까이서 보는 울루루는 거의 직각으로 서있는데 그 거대한 모습을 쳐다보려면 고개를 뒤로 한참 젖혀야 한다. 비가 오면 폭포수가 되어 떨어졌을 여러 개의 검은 폭포 표식들이 보이고 아래쪽에는 초가집 지붕처럼 덮은 바위가천연의 거처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위의 표면은 바다에서 좌초된 배의 녹슨 철판처럼 황토색 비늘들로 덮여있다. 수억 년의 시간이 빚어낸 이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의 걸작품은 문득 내 삶의 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우쳐주었다. 내 인생에 마지막으로 본 울루루의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꼼꼼히 살펴보고 온몸으로 이 감동을 느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내 온몸의 감각을 열어두었다. 우리의 인생은 오직 오늘만 영원히 반복될 뿐 미래란 관념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 오늘의 삶을 내일을 위해 소모하는하찮은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이 서서히 석양빛을 발하기 시작하니 울루루는 황금색에서 붉은빛으로 물들어 갔다. 석양빛에 반사되어 붉은빛으로 주위를 밝게 비추는 울루루의 자태는 너무나 아름답고 눈부셔 왜 호주 원주민인 아보리진들이 울루루를 그토록 신성시하고 성스러운 곳으로 받들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듯도 했다.
캠핑장에서 스웩 텐트를 치고 하룻밤 자고서 아침 일찍 일어나 울루루 해돋이를 보러 갔다. 어제 오후에는 그림자로 그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던 동쪽면의 울루루를 보기 위해서다.Sunrise Viewing Platform에는이미 많은 사람들이 흥분 속에서 해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울루루는 그 빛을 받아 점점 밝은 색으로 변하더니 해가 막 대지에서 떠오를 때 잠깐 아주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일출 후 다시 울루루를 차로 한 바퀴 돌았다. 어제 오후에 그늘이 져서 선명한 모습을 보지 못했던 북쪽에의 울루루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였다. 북쪽의 울루루는 바위 위에 다채롭게 새겨진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울루루는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면서부터 서쪽으로 질 때까지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듯 색이 변한다. 동서남북에서 보이는 모습이 각각 다른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제대로 울루루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울루루에 적어도 이틀은 머물러야 한다. 선라이즈와 선셋을 보는 건 필수이고 오전엔 해오름 후 한 바퀴 오후엔 노을 전 한 바퀴 돌아봄으로 울루루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울루루 가까이 만들어 놓은 워킹 트랙을 따라 걸어보는 것은 울루루의 신성한 기운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주위에 산이란 하나도 없는 이 황무지 같은 평야에 황금비늘로 덮여있는 듯 고급진 피부를 갖고 있고, 몸의 곳곳에는 신기한 조각 작품이 새겨져 있으며, 높이가 348m이고 둘레가 9.4km인 이 거대한 바위산이 어떻게 거의 직각으로 여기에 홀로 우뚝 서있을 수 있단 말인가?
5 억년 전에 이곳은 바다였다고 한다. 4 억년 전쯤에 바다가 없어지고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서 바닥에 있던 이 커다란 모래 바위가 솟구치면서 직각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그 후 3억년의 세월과 함께 바위의 약한 부위들은 씻겨나가거나 떨어져 나갔고 각이 진 곳들은 바람에 마모되어 지금처럼 부드러운 돔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지하에 약 2.5km가 묻혀있고 지상에 348m만 돌출되어 있는 울루루는 해발 863m 높이의 단독 바위 산이다.
울루루를 본 후 차로 40km 거리에 있는 또 다른 거대한 36개의 바위 돔으로 이뤄진 카타츄타를 보고 워킹 트랙을 걸어보았다. 울루루가 없었다면 어쩜 카타츄타가 호주의 자연 아이콘이 되었을지도 모를 만큼 그 웅장함이 대단하지만 역시 울루루의 그 단독자로서의 고운 피부와 자태는 비교가 불가하다.
울루루는 기온이 36도가 넘어가지 않은 4월에서 9월 사이에 방문하는 게 좋다. 36도가 넘으면 많은 트랙이 클로즈되고 걸을 때 파리들이 얼굴에 달라붙어 구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행기로 방문하려면 티켓과 숙박 예약을 적어도 수개월 전에 미리 해 두어야 한다. 울루루 체험 후 카타츄타는 필수 덤이고 킹스캐년은 옵션이다.
울루루, 인생에 꼭 한 번은 가 보아야 할 곳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나에게 울루루는 금강산과 함께 특별한 감동을 선물한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