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과거는 살아있다

현재가 결정하는 원인

by soominC

인간은 사실을 사는 존재가 아니라 이야기를 사는 존재이다. 삶의 서사에서 과거의 방황은 그 자체로 독립된 사실이 아니라, 전체 이야기의 반전이나 성장을 위한 복선으로 존재한다.주인공이 방황을 멈추고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하는 순간, 이전의 모든 게으름은 '결정적 각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문학적장치로 탈바꿈한다. 우리는 현재라는 펜을 들어 과거라는 문장을 매일 다르게 고쳐 쓴다.


심리적 시공간에서 과거는 현재에 종속된 변수이다. 우리는 흔히 현재의 결과가 과거 때문이라고 믿지만, 사실 현재의 상태가 과거의 원인을 결정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면, 과거의 실패는 '성공을 위한 귀중한 경험'이라는 원인이 된다. 반면 지금 무너져 있다면 과거의 실패는 그저 '패배의 전조'로 남을 뿐이다. 즉, 과거의 성격은 현재의성취도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동적인 상태이다.


과거를 재구성한다는 것은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혁신하는 행위이다. 실패를 '끝'이 아닌 '과정'으로 치환하는 논리는 현재의 살아 있는 행동에서만 설득력을 얻는다. 말뿐인 다짐은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땀 흘리는 현재는 과거의 명칭을 바꾼다.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고 싶다는 갈망은 현재의 시간을 가장 순수하고 뜨겁게 태울 수 있는 연료가 된다. 그 연료로 현재를 밝힐 때 비로소 과거의 어둠은 걷힌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산다. 과거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를 다시 쓰기 위해서. 한 페이지, 한 시간, 하나의 선택이 누적될 때마다 과거의 좌표가 조금씩 이동한다. 방황은 탐색이 되고, 실패는 실험이 되고, 게으름은 휴식이 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내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페이지가 쓰이기 전까지, 모든 과거는 계속 다시 태어난다. 현재는 그 산실이다.​​​​​​​​​​​​​​​​

수요일 연재